재택 근무,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몇달째 부엌 식탁이나 거실에서 일하는게 이젠 지겹고 힘들다. 그렇다고 본사에 출근하고 싶다는건 아니다. 코로나19 와중에 버스나 지하철을 몇십분씩 타고 본사에 모이는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아직 부담스러운 일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통신기업들이 직원들의 이같은 ‘딜레마’에 분산 오피스를 늘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일대에 중소규모 사무실을 여럿 두고, 각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게하는 식이다.
KT는 직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심 이외에도 여러 지역에 근무 거점을 두기로 했다. 사내 설문 등을 거쳐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을 선정했다. 기존에 서울 광화문·우면, 경기 분당 등 KT사옥에 근무하는 임직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올해도 분산 오피스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작년 말엔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내일 당장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전직원이 집·회사·거점오피스 등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른바 '워크 프롬 애니웨어(어디서든 일한다)'를 실현하겠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연내 분산오피스를 확대 운영하거나 기존 시설을 고도화하는 안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클라우드·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재택근무가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업무 몰입이 힘들어졌다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반영했다. 일단 집에 아이가 있으면 육아하랴 일하랴 ‘이중출근’을 하게 된다. 좁은 자취방에 사는 젊은 직원들도 오랜 재택근무가 달갑지만은 않다.
KT에서 근무하는 이 모 과장은 “집에선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 카페를 전전하자니 하루에 쓰는 돈이 너무 늘어나 부담이었다"며 "집에서 20분 거리에 분산오피스가 생겨 편히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글로벌 오피스빌딩 건축기업 겐슬러의 작년 하반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주5일 내내 재택근무를 하고싶다는 직장인 비율은 12%에 그쳤다. 젊은 직원들일수록 집에서 일하는게 덜 생산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팀 생산성과 창의력, 업무 몰입도 등에서 재택과 본사근무의 중간지점인 '하이브리드형 근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KT는 부동산 분야 계열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지난 2월 분산 오피스 사업에 나섰다. 스타트업 ‘알리콘’과 제휴했다. 지난 12일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첫 분산 오피스 ‘집무실 일산점’을 열었다. KT에스테이트와 알리콘은 서울 성동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지에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공유오피스기업 스파크플러스 지분을 인수하고 나섰다. 지난 18일엔 스파크플러스를 보유한 아주호텔앤리조트가 SK텔레콤에 지분 22만5118주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스파크플러스 구주 인수에 약 500억원을 들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통신·데이터 인프라 등을 활용해 공유오피스 업계에서 사업 시너지를 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