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캐나다 토론토 북동쪽 초크리버연구소에 고온가스냉각로(VHTR)를 짓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인근 광산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디젤 플랜트를 VHTR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다. 이달 기본설계를 마치고 오는 10월 상세설계에 들어간다. 10㎿급 원자로 2기로 구성되며, 2026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캐나다 핵연료 제조업체 USNC 등이 참여한다.
냉각재로 헬륨가스, 감속재로 흑연을 쓰는 VHTR은 800~1000도 고온 열을 방출할 수 있다. 300도 안팎인 대형 경수로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석유화학 플랜트, 가스터빈 등에 필요한 열 공급도 가능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캐나다에 짓는 이 원전의 가장 큰 특징은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이 없는 분필 크기 모양의 핵연료 트리소(사진)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특수 세라믹 재질로 우라늄을 감싸 주변 온도가 2000도 가까이 치솟아도 녹아내리지 않는다. 멜트다운(노심 용융) 등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USNC가 보유한 특허 기술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원자로 건물 및 전력 계통 등의 설계, 구매, 시공을 맡는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 노심 설계 및 안정성 분석 등을 담당한다. 지하 매설형 원전으로 건설된다. 냉각 시스템이 파손돼 장시간 전원 공급이 안 되는 사고가 발생해도 자연 공랭 시스템으로 잔열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VHTR은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일본 스위스 미국 영국 등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중국은 100㎿급 상용 VHTR 2개를 산둥반도 쪽에 건설하고 시험 가동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 현대엔지니어링 팀장은 “고온수전해장치(SOEC)와 VHTR을 연계하면 가장 높은 효율로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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