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로 위촉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이 조만간 교체될 전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가 자신들과 협의도 없이 위원을 임의로 제청했다며 변경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불가 입장이었으나 민주노총이 회의 불참 등 실력행사에 나서자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력행사 나선 민주노총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11일 위촉된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중 1명의 사퇴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최저임금위 구성을 놓고 양대 노총이 서로 더 많은 근로자위원을 차지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면서 위원 구성에 애를 먹었던 고용부가 결단을 내렸지만 민주노총의 사퇴서 제출에 따라 다시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민주노총은 18일 제2차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회의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고용부 세종청사 앞에서 50여 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이 정부에 항의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정부가 최근 2년간 낮은 인상률(2.9%, 1.5%)을 주도한 공익위원, 특히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를 유임시켰다는 것이다. 또 민주노총이 정부 통계상 ‘제1노총’으로 확인된 만큼 한국노동조합총연맹보다 근로자위원 추천권을 한 명 더 달라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부가 민주노총이 추천한 5명 중 1명을 배제시키는 과정에 자신들과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용부 소속 근로자가 최저임금위원?
하지만 정부 측 설명은 다르다. 고용부는 근로자위원 선정을 앞두고 양대 노총이 모두 다섯 명씩을 추천해오자 양 노총 간 협의를 요청했으나 이렇다 할 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민주노총 추천 인물 중 한 명을 배제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추천 우선순위를 달라고 제안했지만 역시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 결국 고용부는 민주노총이 추천한 인물 중 적합도를 따져 4명을 청와대에 제청했고, 그대로 대통령의 위촉이 이뤄졌다.이후 민주노총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5명의 근로자위원에서 4명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의견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정부가 임의로 위원을 위촉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고용부가 배제한 인물은 민주일반연맹 소속 간부다. 배제 이유는 해당 인물이 고용부 중부고용노동청 소속 통계조사관이어서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을 맡으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의 실력행사는 통했다. 최저임금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산별조직 간에 위원을 맡는 순서 또는 배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로서는 고용부 소속 근로자라고 해서 최저임금위원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없는 이상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첫 회의부터 파행…심의 지연 불가피
민주노총의 회의 불참으로 최저임금위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지난 18일 회의는 새 위원 구성에 따라 위원장을 선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통해 위원장 선출을 미뤄달라고 요구해 한때 정회가 되기도 했다. 또 향후 위원회 운영에 필수적인 운영위원회와 생계비·임금수준 전문위원회가 꾸려졌어야 했는데, 민주노총 불참으로 미완의 회의체만 가동하게 됐다.이날 회의에서는 공익위원단의 민주노총 성토도 있었다.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는 민주노총의 장외투쟁 및 항의성 ‘이메일 폭탄’을 언급하면서 “공익위원들이 심리적 압박과 개인 업무 수행상 물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장외에서 공익위원을 상대로 한 문제 제기는 앞으로 금지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부탁’이라며 “향후 장외 주장을 자제하고 위원회 내에서 토론이 이뤄지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민주노총은 토론장에 있지도 않았다.
최저임금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2차 회의는 들어오지도 않은 민주노총으로 인해 회의가 중단됐고, 공익위원단의 경고도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다”며 “민주노총은 스스로 제1노총을 자처하면서 그만큼의 책임을 다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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