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처럼 회사처럼…통신사 '분산 오피스' 붐

입력 2021-05-19 17:28   수정 2021-05-26 20:00


재택근무,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몇 달째 부엌 식탁이나 거실에서 일하는 게 이젠 서서히 지겹고 힘들다. 그렇다고 본사에 출근하고 싶은 건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버스나 지하철을 몇십분씩 타고 매일 본사에 모이는 건 부담스럽다.

KT, SK텔레콤 등 주요 통신기업이 직원들의 이 같은 딜레마에 ‘분산 오피스’를 늘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일대에 중소 규모 사무실을 여럿 두고, 각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게 하는 식이다.

KT는 이달 들어 분산 오피스 총 여덟 곳을 열었다. 서울에선 강남·서울숲·여의도·영등포·석촌·정동·서울대 인근 지역에, 경기에선 일산에 거점 사무실을 오는 7월까지 운영한다. 사내 설문 등을 거쳐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을 선정했다. 기존에 서울 광화문·우면, 경기 분당 등 KT 사옥에 근무하는 임직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4월부터 일찌감치 분산 오피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였다. 서울 을지로·종로·서대문, 경기 분당·판교 등 다섯 곳이다. SK텔레콤이 기존에 구축한 클라우드 시스템과 자체 협업툴 ‘마이데스크’, 자율근무계획 수립제 등 유무형 인프라가 큰 몫을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분산 오피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작년 말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내일 당장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전 직원이 집, 회사, 거점오피스 등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들 기업은 분산 오피스가 재택과 본사 근무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다고 본다. 이동 시간은 기존보다 적고, 일과 사생활 공간을 구분할 수 있어 업무 몰입도는 높아져서다. 근처에 사는 동료끼리 대면 소통을 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기회도 늘었다는 후문이다.

각 통신사는 분산 오피스를 신사업 먹거리로도 보고 있다. 앞으로 유연한 근무 구조를 추구하는 기업의 수요가 늘 것이란 판단이다. KT는 부동산 분야 계열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분산 오피스 사업에 나섰다. SK텔레콤은 공유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 지분을 지난 18일 대거 인수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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