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에 굳이…" 잘 나가던 한식 뷔페 '멸종 위기'

입력 2021-05-20 06:00   수정 2021-05-20 10:4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만원이면 다른 한식당에 가도 맛있는 거 충분히 먹을 수 있잖아요. 한식 뷔페가 처음 생기던 때는 신기해서 종종 갔었는데 이젠 그리 특별한 곳으로 느껴지지도 않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시기에 굳이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뷔페에 갈 필요가 있나 싶어요." (32세 직장인, 홍선아 씨)

"코로나19 전에는 아이 친구 엄마들끼리 모여서 한식 뷔페를 가곤 했습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는 2시간 이상 머물 수 있으니 밥과 디저트를 먹은 뒤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보러 가는 거죠. 요즘은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배달음식을 시키면 시켰지, 뷔페는 안 가게 되더라고요." (37세 주부, 양모씨)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한식 뷔페 매장 수가 급감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한식 뷔페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전국에 매장 수 1~2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겨우 명맥만 잇는 수준이 됐다.

소비자 선호도와 외식 트렌드가 변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뷔페가 직격타를 맞았다. 업계는 가정간편식(HMR)과 레스토랑 간편식(RMR), 1인 메뉴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가 운영하는 한식 뷔페 '자연별곡' 매장 수는 전국에 6곳,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계절밥상'은 2곳,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올반'은 1곳으로 집계됐다. 매장 수가 모두 한자릿 수에 그쳤다.

한식 뷔페 매장 수 감소세는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자연별곡 매장 수는 2017년 44곳→2018년 43곳→2019년 41곳→2020년 15곳, 계절밥상 역시 2017년 54곳→2018년 29곳→2019년 15곳→2020년 3곳, 올반은 2017년 15곳→2018년 12곳→2019년 5곳→2020년 2곳으로 감소해왔다.
가성비 떨어지는 데다 '고위험시설' 지정까지

업계는 한식 뷔페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HMR 및 RMR이 발달하면서 집에서도 간편하게 외식 메뉴를 먹을 수 있게 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한식 뷔페가 처음 론칭했을 당시에는 특별한 날 이곳에서 외식할 정도로 트렌디한 장소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여기는 소비자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비싼 가격과 코로나19 확산 역시 뷔페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식 뷔페 가격은 성인 기준 평일 저녁 시간대 2만~3만원대다. 브랜드 론칭 초기와 달리 소비자들이 지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자연별곡 이용 가격은 성인 기준 평일 점심 1만4900원, 저녁 및 주말·공휴일은 1만9900원이다. 계절밥상 이용 가격은 성인 기준 평일 점심 2만1900원, 평일 저녁 및 주말·공휴일은 3만900원이다. 올반은 성인 기준 평일 점심 2만5900원, 평일 저녁 3만900원, 주말 및 공휴일 가격은 3만5900원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뷔페가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는 바람에 소비자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지난해 8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시 당시 뷔페는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두 달가량 영업이 중단된 바 있다.
1인 메뉴·HMR 상품 등으로 분위기 반전 노린다

외식업계는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유지하되 1인 메뉴 및 HMR 상품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연별곡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1인 반상' 메뉴를 도입했다. 1인 반상은 뷔페식 대표 메뉴를 1인 반상 단품 메뉴로 선보인 것으로 코엑스몰점, 서울역사점, 용산아이파크몰점, 수원롯데몰점 총 4곳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계절밥상은 2017년 바비큐 폭립을 출시한 이후 대표메뉴 간장 불고기와 고추장 불고기, 빕스 양송이 스프, 체다 브로콜리 스프, 샐러드 등 매장 인기 메뉴를 간편식으로 개발하며 RMR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작년 11월에는 '매콤 고추장 쪽갈비'를 1인용으로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올반 역시 2016년부터 HMR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약 250개의 HMR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포화 상태에 접어든 이후 조정기를 거친 한식 뷔페 업계가 일종의 체질 개선을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한식 뷔페 초창기 형태로 운영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 및 HMR·RMR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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