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독립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아시아에 투자해야 하는 3가지 이유로서 △한국의 역동성 △중국의 내수 잠재력 △일본의 시장 규모와 축적된 부를 꼽았다.
20일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영국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 대체 투자 학회(Alternative Investments Society, AIS)가 초청한 화상 대담에서 한·중·일 동북아시아 3개국에 대한 투자 견해를 밝혔다.
먼저 일본에 대해 김 회장은 “비록 5-6년 전에 중국에게 자리를 내주긴 했으나, 일본 사람들은 지난 20여년 간 자신들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음을 잊어버리곤 한다”며 “여전히 일본 경제의 큰 규모(스케일)나 막대한 부는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중국에 대해선 방대한 내수시장 규모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맥킨지는 향후 10년 내에 10억명의 새로운 중국인 중산층이 생겨난다고 예측했다”며 “이는 중국 내수 소비 시장에 대한 MBK 파트너스의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MBK 파트너스는 2019년 ‘eHi(이하이·중국 점유율 2위 렌터카 기업)’에 이어, 올해 3월 점유율 1위 렌터카 회사 ‘선저우주처(神州租車·CAR Inc.)’를 인수했다. 김 회장은 “현재 중국에서 운전면허증은 3억9000만개가 발급됐으나 승인된 자동차번호판은 2억개에 불과하다”며 “이론적으로는 영국 전체 인구의 3배에 가까운 1억9000만명이 CAR Inc.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 이 광범위한 내부 시장과 잠재력이 MBK 파트너스가 투자를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MBK 파트너스는 렌터카 기업 외에도 대학원 입시 학원 체인인 ‘웬두(Wendu)’, 뷰티 및 스파 브랜드인 ‘시안리(Siyanli)’ 등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 김 회장은 ‘특유의 역동성(dynamism)’을 지적했다. 한국 시장을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비유한 김 회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연결된(connected) 국가이며, 사람들은 항상 끊임 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역동성이 비지니스의 흐름으로 다가오고, 우리의 투자 기회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병주 회장은 대체 투자 학회 소속 학부생 30여명으로부터 동서양 사모투자(private investment)의 차이점부터 한·중·일 동북아시아를 투자 대상으로 삼은 이유, 한국의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들, 초기 운용사 설립 스토리 등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받고, 90여분 동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1985년 취업 면접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으로 착각할 정도로 ‘월 스트리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병주 회장은 동서양 사모투자의 차이에 대해 고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의 ‘아시아 모델’을 인용하며, “아시아 고유 형태의 자본주의가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사모투자(private investment)’를 식물 이식에 비유하며 “뉴욕에서 자라던 식물을 서울이나 도쿄로 가져와 심는다고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라, 토양은 물론, 일조량, 물의 산성도 등 모든 환경이 다르니 그에 맞춰서 키워야 한다. 영미식이 꼭 정답은 아니다. 각기 다른 현지 시장의 상황과 환경에 대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동서양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인위적인 구조조정(lay-offs)’과 ‘차입 자본(leverage)’을 예로 들었다. 김 회장은 “서양에서는 비용 절감의 방법 중 하나로 고려되지만, 아시아에서는 특히,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아시아 고용시장의 경직성을 비롯, 문화적·사회적인 반향 등을 고려해 온라인 채널 강화를 통한 매출 증진이나, 운영 성과를 늘려 마진을 키우는 방법 등 다른 접근법을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년 동안은 특히 더 MBK 파트너스의 투자자들에게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차입하는 부분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차입 자본에 대한 학문적인 혹은 상법 상의 규정뿐만 아니라, 그 사회에서의 시선과 철학적인 개념까지 고려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대규모 차입 자본거래가 활발하지만, 아시아에서는 금융기관은 물론, 직원·고객·정부 당국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중론을 모아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MBK 파트너스 설립 시 한·중·일 동북아시아 3개국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2000년 초반 한·중·일 3개국의 총 GDP 대비 사모투자 비율, 즉 사모투자의 시장 점유율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3분 1수준이었음을 언급했다.
김 회장은 “한·중·일이 각각 GDP 기준 세계 10위, 2위, 3위인 경제 대국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당시 3개국 합친 총 GDP 대비 사모투자 비율이 0.8%에 불과해, 미국이나 유럽의 2-2.5%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동북아 3개 경제 대국에서 사모투자의 낮은 점유율은 곧, 우리에게는 그 부분이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동성과 관련, 김 회장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기업가(entrepreneurship)’가 주목 받고 성장한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신호”라며 “혁신 기업의 스토리는 더 많은 한국의 젊은 기업가들이 자신의 길로 나아가도록 영감을 준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성숙 됐지만, 아직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의 경제 회복 역시 대기업도 역할을 하겠지만 물론 여러 혁신기업들이 방향 추가 돼, 서로 균형을 맞춰 경제 성장과 ‘Korea Inc.’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MBK 파트너스 설립 초기 어떻게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김 회장은 한 아시안 투자자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회장은 그가 자신에게 “서양의 부를 위해 일하지 말고, 아시아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일하라고 했던 진정한 에이전트였다”고 회상하며 “MBK 파트너스의 창업 파트너들이 칼라일과 같은 세계적인 조직에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도전적인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한 전제 조건, 즉 아시아 출신이면서 아시아 로컬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을 눈여겨본 거 같다. 우리는 각 현지 시장의 특성과 리스크 등을 가장 먼저 고민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MBK파트너스로부터 고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는 마지막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라고 운을 띄운 김 회장은 “회계나 금융 분석 스킬도 중요하지만 셰익스피어 또는 소설에서 드러나는 사람의 심리나 사회상, 철학적인 고민들도 이해할 수 있듯 다방면의 배경과 지식을 갖는 게 좋다”며 “문학에 ‘은유법’이 있듯이, 분절돼 있는 혹은 상관이 없는 것들을 서로 연결하고 연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런던정경대 대체투자학회는 학부생들이 주축인 올해 창립 16년된 학회로, 매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생 주최 금융 컨퍼런스인 'LSE 대체 투자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지난해부터 블랙스톤 그룹의 ‘스테판 슈워츠먼’을 비롯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등이 화상 대담자로 나섰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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