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함께 미국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사 투자 규모가 총 6조원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자동차 1위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두 곳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 중인 가운데 2위 포드까지 SK이노베이션과 손잡으면서 미국 자동차 회사와 한국 배터리 업체 간 새로운 ‘밀월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워킹그룹을 출범하고 배터리 공장 부지 검토에 나섰다. 합작법인명은 ‘블루오벌에스케이’로 정해졌다. 공장은 두 곳 이상 복수로 설립할 계획이다. 연 6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미국 내에서 갖출 예정이다. 이는 100kWh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 픽업트럭 약 6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배터리 양산은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투입해 두 곳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 22GWh 규모다. 이 가운데 2023년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2공장이 포드 픽업트럭 F-150 전기차 배터리 전용 라인이다. 이와 별도로 포드와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포드는 F-150과 승합차 트랜짓을 포함해 주요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220억달러(약 24조9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규모 배터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배터리 사업 확장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 2월 LG에너지솔루션과 극적으로 기술 분쟁에 합의하면서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3, 4공장 설립 계획도 밝혔다. 투자 규모는 24억달러(약 2조6000억원) 수준이다. 포드 합작법인에서 맡기로 한 3조원까지 더하면 미국에서만 직간접적으로 총 9조원을 투자하게 된다고 SK이노베이션 측은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손잡고 ‘얼티엄셀즈’란 회사를 2019년 출범했다. 이 합작사는 올해 말 미국 미시간주에 연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완공한다. 지난달 두 번째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도 공개했다. 첫 번째 공장에 버금가는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테슬라와 일본 파나소닉의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도 같은 사례다. 생산능력이 연 35GWh로, 현존하는 배터리 공장 중 가장 크다. 양사는 올 하반기 추가로 네바다주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 등과 협력해 6개의 배터리 공장을 한꺼번에 짓기로 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중국 시장을 의식해 중국 배터리 업체가 강점을 가진 각형 배터리를 표준형으로 채택했다. 각형은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주로 생산한다.
미국 자동차 기업과 한국 배터리 기업 간 협업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기차·배터리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전기차에 책정된 보조금만 1740억달러에 이른다. 노골적으로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을 배척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건 미국 GM, 포드 등은 선택지가 한국 배터리 업체밖에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물량을 공급하기도 버거운 파나소닉이나 배터리 양산 노하우가 없는 노스볼트 등은 협력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업계에선 잇따르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내 합작사 설립이 미국 정부의 배터리 공급망 확대 정책에 화답한 성격으로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로운 배터리 생산시설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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