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경제학》은 ‘비만 전염’의 사례처럼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기사를 접할 때마다 사건에 경제학적 인과관계를 덧붙여 정리한 책이다. 인문학과 예술을 경제학에 접목해온 저자가 생활 속 참신한 에피소드에서 발굴한 경제원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허울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횟수를 늘리도록 유인한 변수는 ‘돈’이라는 점, 각 국가의 골프장 수와 친미 성향의 상관관계 등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경제법칙을 간파하는 저자의 눈매가 여간 날카로운 게 아니다. 1080년 그려진 이탈리아 벽화부터 2000년대의 그림까지 ‘최후의 만찬’을 주제로 한 회화 작품을 분석한 결과, 시대에 따른 경제발전상을 반영하듯 후대로 갈수록 요리 종류가 다양해지고 접시 크기와 음식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또 ‘평등의 나라’라는 프랑스에서 2002년 치러진 대선에서 흑인 후보 지지율은 2%에 그쳤고, 하원의원 577명 중 흑인은 고작 1명에 불과했다. 저자는 이처럼 인종 불평등이 극심한 배경에는 프랑스 사회가 교육, 취업, 사회복지 등에서 소수 인종에 대한 ‘형식적 평등’에 매달린 탓에 ‘실질적 평등’을 도외시한 사실이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곳곳에서 제기한다.
미국에선 2010년에 여성 직장인의 평균 임금이 남성과 같아졌고, 미국 가계소득에서 여성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했다. 저자는 이런 점을 들어 남성 중심 사회의 종말이 불가피해졌다고 바라본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산업화 진전에 따라 맞이하는 사회 변화상에선 별반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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