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펀드라도 원자재 실물에 직접 투자하기는 어렵습니다. 원자재 공급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거나, 파생상품을 이용해 원자재 지수를 추종하거나, 원자재 선물 등에 투자합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촉발한 원인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친환경 에너지’ 및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은 원자재 실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차익을 노리고 참여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 수요가 증가하면 실물 수요와는 동떨어지게 가격이 치솟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발생했던 ‘원자재 슈퍼 사이클’도 원자재의 실질적 수요는 되레 부진했습니다. 이보다는 원자재 펀드의 폭발적 성장이 원자재 가격의 추가적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2003년과 2004년 사이 주요 원자재 펀드들이 100%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며 대폭 성장했습니다. 당시 글로벌 자산운용사 원자재 펀드 운용규모는 많게는 20배가 넘게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2009년 1월부터 2011년 4월 사이에도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펀드 유입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자산운용의 글로벌 테마 투자 책임자인 이비 함브로는 최근 원자재값 상승이 “물리적 수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금융 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대부분의 원자재는 여전히 2011년 최고점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자재 투자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10년간 주요 원자재 가격의 변동 내역을 살펴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우 상향한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연정 CFA 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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