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새 호가가 1억~2억원 가까이 떨어졌는데 매수자가 없어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세종 새롬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지난해 40% 이상 폭등하며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급등했던 세종 부동산 시장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아파트 호가가 최대 2억원 하락했다. 거래도 끊기다시피 했다. 공시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세 부담이 커진데다가 그간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도 많아진 탓이다.
몇 달새 실거래가가 1억원 가까이 하락한 단지까지 나왔다. 새롬동의 ‘새뜸3단지 캐슬앤파밀리에’(전용 84m²)은 지난해 말 9억9000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지난달엔 9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새롬동과 다정동 일대 아파트들 역시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5000만원 넘게 내렸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지역의 아파트 일부도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중촌동의 ‘가재마을6단지 세경’ 전용 84m²는 지난해 12월 6억원에서 지난 3월 4억원까지 떨어졌다. 실거래가가 2억원 급락한 셈이다. 인근 ‘가재마을2단지 호반베르디움’ 전용 59m²는 이달 5억2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5억8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6000만원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워낙 호가가 높고 보유세 부담도 커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실종된 것은 세종시 집값을 떠받치던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잠잠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꺾여서다. 공시지가가 너무 뛴 영향도 있다. 올해 세종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70.25% 인상되면서 공시가격이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뛴 아파트가 대거 나왔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압도적인 상승률 1위로 2위인 서울 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27.1%)의 2.6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소유주들의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공공부담금이 크게 상승했다.
다정동 D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최고점을 생각하다보니 호가가 내리자 선뜻 집을 팔지 못하며 매수 대기자들은 더 떨어질까봐 기다린다"며 "최근 들어선 거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근처 U공인 관계자도 “작년에 워낙 값이 많이 뛰었다보니 매수 관망세가 나오고 있다”며 “공시지가 논란 등을 겪으면서 실수요자들이 선뜻 진입하지 못하는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종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이른바 '갭투자가'들은 비상이다. 작년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동반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이 낮아지자 투자에 나선 갭투자자들이 더러 있었다. 한솔동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억원대 초반이면 갭투자가 가능한 물건들이 있어 갭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며 "일부 갭투자자들이 최근 전셋값이 내리는 것을 보며 ‘전셋값 추이가 어떠냐’며 불안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세종 아파트값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중장기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전입수요 대비 입주물량은 여전히 적다는 분석에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의 입주 물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만해도 1만7381가구로 정점을 찍는 등 매년 1만가구 이상이었지만, 지난해 5600가구, 올해 7668가구로 줄었다. 내년엔 물량이 더 줄어 2157가구로 예상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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