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2021년 단체교섭 상견례가 오는 26일로 예정됐다. 노동조합은 지난해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인 만큼 올해는 기본급은 물론 성과급, 호봉 인상 등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MZ세대 중심의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도 공식 행보에 나섰다. 지난 2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상견례를 요청했다. 회사는 기존 노조는 물론 새 노조까지 상대해야 할 상황이다.
전기차 등 확산에 따라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기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요구도 담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30%가량 적어 일손이 그만큼 덜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는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연구·생산을 국내 연구소 및 국내 공장에서 함으로써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해외에 투자하지 말라는 의미다.
심지어 정년 연장 요구도 있다.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 말까지로 늘리자는 것이다. 기존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해의 말일인데, 이를 만 64세가 되는 연도 말까지 연장하자는 요구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공문에서 "곧 시작될 올해 임단협은 얼마나 험난할 것이며, 미래차로의 전환이라는 중차대한 생존의 문제 앞에 (기존 노조가) 다시금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회사의)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더는 물러설 수도, 후퇴할 수도 없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 하,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회사, 생산방식의 변화라는 두려움 속에서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 또한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퇴로가 없는 양 당사자의 만남은 그러기에 더욱 소중하다"며 다음달 4일까지 상견례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기존 생산직 위주의 교섭에 불만이 커진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조합이다. 출범 당시 가입 인원은 500명 정도지만, 이후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노조가 올해 요구안에 이례적으로 연구소 및 일반직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새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존 노조와 새 노조가 동시에 '더 내놔라'는 요구를 시작하면서 회사는 난감해졌다. 올해는 공정한 보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에 따라 어느 정도 돈을 더 써야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돈을 더 쓰고 나면 진정될까. 그동안 현대차 노사 교섭을 지켜본 업계의 관측은 '아니다'에 무게가 실려 있다. '괴물이 된 노조를 키운 것은 애초 회사가 아니었을까'라는 지적이다. 이는 현대차 단체교섭 각 조항을 보면 알 수 있다. 황당한 조항들은 다음에 소개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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