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칸딘스키의 작품 [김동욱의 하이컬처]

입력 2021-05-22 06:06   수정 2021-05-22 06:12



70여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바실리 칸딘스키의 수채화 작품이 돌연 경매 시장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이 작품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요.

아트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칸딘스키의 1927년작 수채화가 내달 독일 경매회사 케틀러쿤스트의 뮌헨 경매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예상 낙찰가는 25만~35만 유로(약 3억5000만~4억8000만 원)입니다.

이 작품은 이달 28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6월 18일 뮌헨에서 열리는 현대미술품 이브닝 세일에 나섭니다.

바탕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이 작품은 칸딘스키의 상징인 기하학적 모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독일 라인란트 지역의 한 개인 소장가의 컬렉션에서 나왔습니다. 칸딘스키의 수채화를 대표할만한 작품으로 주요 미술사학자들이 오랫동안 소재를 알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합니다. 케틀러쿤스트 측은 "작품의 정확한 상태와 소재가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작품 거래 이력에 따르면 이 작품은 칸딘스키가 1927년 제작한 후 작가 자신이 소장하며 1932년까지 파리와 베를린, 스톡홀름 등 다양한 미술관에서 전시됐습니다. 1944년 칸딘스키가 사망한 뒤 작품은 부인에게 남겨졌고, 칸딘스키의 부인은 1949년 독일의 미술상인 루돌프 브로브스트에게 이 작품을 판매했습니다. 이후로는 이 작품의 소유권에 대한 기록이 뚜렷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70년 만에 작품이 다시 양지로 나왔지만, 그동안 작품이 어디에서, 누구의 소유로 있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작품이 소실된 것이 아니라, 다시 세상에 얼굴을 내비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듯 합니다.

이번 칸딘스키의 작품은 독일 화가 로비스 코린트의 1917년작 풍경화와 함께 판매되는데요. 이 그림은 원소유자가 독일의 유대계 변호사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이스마르 리트만이란 점이 눈에 띕니다.


리트만이1934년 자살하면서 수많은 미술품의 소유권이 부인에게 넘어갔지만, 당시 나치가 이들 작품을 판매하도록 협박했고 절반가량의 작품이 게슈타포 소유가 됐었다고 합니다. 당시 나치 수중에 떨어졌던 리트만 소유 작품 중 4점은 유명한 '퇴폐 미술전'에도 소개됐던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퇴폐미술전에는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작품도 포함됐었다고 하는데요. 나치도 겉으로는 '퇴폐 미술'이라고 공격했지만, 뒤로는 가치를 알아보고 챙겼을 정도로 수준 높은 예술품들을 리트만은 다수 보유했던 것입니다.

어지러운 현대사, 혼란스러웠던 전후 사회상 탓에 수많은 명화의 소유권 변동이 여전히 안개에 싸여있다는 점이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언제, 어디선가, 숨어 있던 보물이 다시 드러날수도 있을 듯 합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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