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세계 각국에 제안하기 위한 법인세 최저세율 한도를 21%에서 15%로 6%포인트 낮췄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OECD와 이틀간 논의를 거쳐 이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각국이 지켜야 하는 법인세율 하한선은 없다. 이를 최소 15%까지는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30년간 이어진 각국의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세계 법인세 기준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코로나19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 경쟁까지 벌어져 정부 재정 불안을 부추긴다는 게 옐런 장관의 판단이다.
미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법인세율 기준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옐런 장관은 세계 최저 법인세율이 21%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독일 등은 이에 동의했지만 낮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아일랜드 등이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OECD는 법인세율 하한선을 12.5%로 맞추는 방안을 두고 각국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기업들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면서 각국 정부에 미치는 법인세 손실은 매년 5000억~6000억달러(약 676조원)에 이른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버뮤다, 네덜란드, 스위스를 5대 조세피난처로 분류했다. 이런 조세제도를 활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수익을 내고도 미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은 대기업은 나이키 등 55곳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올린 곳에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조세 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독일 BMW 등이 소비 규모가 큰 미국에 자국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OECD는 각국이 정보기술(IT) 기업에 일관된 조세정책을 적용해 유럽에서 논란이 된 디지털세 등의 문제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방안이 실현되면 정부 세금 수입마저 부자 나라로 더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개발국가 등으로 조세 수입이 분산되도록 하는 게 숙제다. 최저세율 도입으로 늘어나는 세계 정부 수입은 연간 1000억달러로 추산된다. 기업이 수익을 낸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바꾸면 1000억달러의 세수가 이동할 것으로 OECD는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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