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56%, 구리 38%, 플라스틱 25%.”
올해 1분기 상당수 상장사가 사상 최대 또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냈다. 하지만 이들의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기업들의 고민이 담긴 지점이 드러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변수다. 철광석부터 알루미늄, 플라스틱, 펄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수요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LG전자도 원자재 가격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전자는 “레진의 평균가격은 자동차·가전 판매량 증가와 언택트 포장용기 수요 증가로 2020년 대비 7.4% 상승했다”며 “LCD TV 패널의 경우 올 1분기 유리기판, 반도체 등 패널 원자재 부족으로 2020년 대비 28.0% 올랐다”고 밝혔다.
올 1분기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도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선박을 건조하는 데 쓰이는 강판 가격이 작년 말 대비 20.67% 높아졌다. 철강 수요가 늘고 가격까지 떠받쳐주는 철강사들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철광석, 철스크랩, 니켈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47%, 42%, 20% 올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갑작스레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은 업체들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을 ‘마스크 대란’과 비교하며 “지금의 반도체, 철강, 목재 등의 시장에서도 작년 마스크 대란 때와 비슷한 ‘가격 폭등-대량 발주-사재기’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지만 중요한 것은 가수요 폭풍이 지나간 후”라며 “5~7월 물가 압력도 상당히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반기에는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수입물가-생산물가-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6개월가량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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