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10만명 증가…그만큼 간섭·규제·세부담도 늘어난다

입력 2021-05-21 17:34   수정 2021-05-22 00:03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수가 1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은 민간의 일자리 절벽과 너무도 대비된다. 공무원(국가 및 지방) 수는 지난해에만 2만7288명 증가해 작년 말 113만1796명에 달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 말과 비교하면 3년8개월 만에 9만9466명(9.6%) 불어난 것이다. 이전 4개 정부(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약 20년간 늘어난 공무원 수(9만6571명)보다도 많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어진 정책 실패에 경기 위축과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공무원을 10만 명 증원했다는 사실에 먼저 말문이 막힌다. 일도 못하면서 덩치만 커진 정부를 국민 세금으로 떠받쳐야 하는 현실이다. 문 대통령 선거 공약인 ‘공무원 17만4000명 확충’을 감안하면 임기 끝까지 공무원을 주야장천 늘릴 가능성 또한 높다.

한번 늘린 공무원 수는 줄이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두고두고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국민 세금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공무원 17만4000명을 9급으로 순차 채용할 경우 30년간 약 328조원이 더 든다. 공무원·군인 등에게 향후 지급할 연금액을 뜻하는 연금충당부채도 작년 1044조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연금부채까지 포함한 국가부채(작년 말 1985조원)가 GDP 대비 106%에 이를 만큼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데도 아랑곳 않는다.

공무원 증가는 필연적으로 민간에 대한 간섭을 늘리고 첩첩이 규제를 쌓는 결과를 가져온다. 투기를 막겠다며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공급, 배달 앱 등 민간에 맡길 일까지 죄다 ‘공공’ 주도로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식이어서 더 우려스럽다. 여기에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도 현 정부 들어 9만4000명 늘어 43만 명에 이른다. 이런 공공 비대화는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기보다는 LH 사태, 아파트 특별공급 파문 같은 부패와 부조리를 양산할 위험이 다분하다.

더 큰 문제는 4·7 재보궐선거 민심을 확인하고도 정부가 잘못된 정책 기조를 그대로 밀고갈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점이다. 공무원 증원에 제동을 걸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도 공무원 수 3배 확대라는 무리수에서 비롯됐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줄어든 일자리를 ‘철밥통’ 공무원으로 메꾸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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