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아닌 기존 경수로도 싼 '그린수소' 만들 수 있다

입력 2021-05-21 18:27   수정 2021-05-22 00:12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 1t을 생산하려면 천연가스 3.8t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약 8t이 발생한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상 2040년 수소 공급 목표량(526만t) 가운데 이런 개질수소가 30%(157만t)를 차지한다. 이대로라면 2040년 한 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250만t에 이른다. 석탄화력 발전소(300㎿급) 일곱 곳이 1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뛰어넘는다.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그린수소 생산 수단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경수로를 써도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사진)가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설명이다.

주 교수는 21일 “국내 원전의 저렴한 발전 원가(2016년 기준 ㎾h당 54원)를 고려하면 현재 수준의 수전해(물을 전기분해) 기술을 사용해도 수소를 ㎏당 3500원 선에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해 원전 가동률 85%, 수전해 시설 가동 시간을 7500시간으로 잡고 생산 단가를 추정한 결과다.

상용화된 수전해 기술은 100도 아래에서 작동하는 알칼리 수전해, 양성자교환막(PEM) 수전해 두 가지다. 극히 일부 제품을 제외하곤 효율이 높지 않고, 촉매 등 재료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700~800도가량의 고온 수증기를 전기분해하는 고온수전해(SOEC)가 각광받고 있다.

SOEC에 필요한 고온과 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SMR의 일종인 고온가스로(VHTR)다.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데 필요한 총 에너지 일부를 열로 공급함으로써 전기가 맡아야 할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주 교수는 VHTR이 없어도 경수로로 고온수전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수로 출구 온도가 290도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논리는 이렇다. 고온수전해에 필요한 열을 750도로 가정하면 증기 온도를 460도 더 높여야 한다. 그런데 증기 온도를 290도에서 750도로 높이는 데 드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물을 끓여 100도까지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잠열)보다도 적다. 이 정도 에너지 발생 장치를 추가로 붙이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원전 기술 보유 기관인 아이다호연구소는 미 중서부 경수로를 대상으로 수소 생산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증한 뒤 2019년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상용 경수로 용량인 1100㎿급 원전에서 750도까지 증기를 가열하는 데 필요한 추가 전력은 총 전력(SOEC에 들어가는 전력 등)의 2.4%에 불과하다. SOEC와 연계한 수소 생산 효율은 33%로, 저온수전해 장치의 효율 통상치인 25%보다 높다. 연 가동률을 90%로 가정하면 매년 수소 22만여t을 생산할 수 있다.

물론 가압경수로보다 훨씬 고효율로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VHTR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은 원전 기업 X-에너지가 캐나다 초크리버연구소에 짓고 있는 ‘Xe-100’이 대표적이다. 주 교수는 “원전은 청정에너지 사회 구현에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현 에너지 전환 정책(탈원전)의 근거가 된 일부 국민과 정치권의 오해를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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