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여성희망복무제에 여성이 아무도 지원하지 않더라도 군가산점제 문제를 풀기 위한 근거로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가 이 전 최고위원을 초청한 데 학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날 행사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제한된 인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성희망복무제, 아무도 안 갈거라 생각"
21일 이 전 최고위원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가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 “남성 징병은 유지하면서 희망하는 여성에 한해 사병 복무를 허용하면 군복무에 대한 보상 체계를 해결할 근거가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오프라인으로 20여명, 온라인으로 50여명의 서울대 학생이 참여해 이 전 최고위원과 토론을 벌였다. 강연은 기존에 예정됐던 2시간을 훌쩍 넘겨 4시간 동안 진행됐다.여성희망복무제를 실시해도 자원하는 여성이 적을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은 “제도를 기획할 때부터 어떤 여성도 자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논리로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사병 복무가 허용되면, 위헌으로 판단됐던 군가산점제 등 보상 체계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군가산점제가 폐지된 맥락을 보면, 공무원 취업과 같은 극도로 경쟁적인 분야에서 군복무 남성이 가산점을 받으면 여성은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아도 합격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며 “희망복무제를 실시하면 가산점을 받고 싶은 여성은 복무를 하면 되기 때문에 기회박탈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남녀평등복무제는 더 합리적이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0일에서 100일 간 남녀 모두 의무적인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예비군 역할을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정치적으로 다수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안 가도 되던 군대를 가야된다는 생각 들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정책으로 출산율 높이기는 어려워"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선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정책은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는 “굉장히 많은 돈을 국가가 지급해주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기존에 낳을 생각이 없던 아이를 낳게 되지는 않는다”며 “돈을 주는 방식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는 없다”고 했다.하지만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출산율 정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을 통해 육아의 장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했지만 출산율 상승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막기 위해 여성의 사회활동을 늘리고,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시제도에 대해선 국공립대학은 100% 정시로 선발하되, 사립대학은 완전히 대학 자율로 뽑아햐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공립대 선발에서는 완벽한 줄 세우기로 공정을 담보하고, 공정만으로는 담보되지 않는 추가적인 다양성을 위해서는 사립대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버드 대학 등 해외 사립 대학들이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학생을 뽑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혐오 촉발한 연사"...일부 학생 반대하기도
이날 토크콘서트는 서울대 일부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최됐다. 지난 13일 서울대 일각에서는 ‘사회대 여름 축제 규탄 연서명’을 받겠다며 “혐오와 차별을 촉발해온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초청을 철회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연서명 촉구문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직 수행 중 청년 단체의 성평등 공약 질의서에 ‘시대착오적 페미니즘을 강요하지 말라'며 응답을 거절해 논란이 일었다”며 “편견과 혐오를 정치적 세력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서영인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은 19일 “이 전 최고위원 섭외를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의 주장이 있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은 운영위원회의 인준된 절차 하에 섭외된 인사이기 때문에 행사는 그대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미니즘을 강요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면 여성혐오이고, 학생들에게 강제로 채식 급식하는 것을 반대하면 비건 혐오가 된다”며 “차라리 이준석이 그냥 싫다고 말하면 존중하겠다”고 반응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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