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퀸'에 시즌 3승…'박민지 시대' 열렸다

입력 2021-05-23 17:44   수정 2021-05-24 00:21


23일 강원 춘천 라데나CC(파72·6333야드) 17번홀(파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2홀 차로 앞서고 있던 박민지(23)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이날 하루에만 35번째 홀을 달리고 있기에 몸이 무거울 법도 하지만 그의 세 번째 샷은 깨끗하게 공을 맞혔고 홀 안으로 완벽한 호선을 그리며 빨려 들어갔다. 박민지는 버디를 예상한 듯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5일간의 대장정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박민지가 ‘매치퀸’과 올 시즌 3승을 일궈냈다. 지난 16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2주 연속 우승까지 밀어붙이며 올 시즌 가장 뜨거운 선수로 떠올랐다.
전승 무패…‘파죽지세’로 우승까지
박민지는 이번 대회 내내 파죽지세로 결승전까지 밀고 올라왔다. 조별 리그부터 결승 직전까지 6전 전승을 올렸다. 이날 열린 4강전에서 지한솔(25)을 2홀 차로 제압해 결승에 먼저 자리잡았다.

결승전에는 1부 투어 12년차 베테랑 박주영이 올라왔다. 4강에서 정연주(29)에게 전반 4홀 차로 끌려가던 박주영은 후반 들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후반 4개 홀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특히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5m의 만만치 않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전까지 끌고 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결승전 티켓을 움켜쥐었다.

결승전은 최강자의 대결답게 내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2홀 차이와 무승부를 오가며 쫓고 쫓기는 승부가 거듭됐다. 같이 경기를 치르는 상대의 샷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 매치플레이 특유의 긴장감이 내내 이어졌다.

박민지는 파죽지세를 이어가며 전반 내내 박주영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6번홀에서 박주영이 버디 찬스를 놓치자 박민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2홀 차이로 격차를 벌리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 내내 박민지의 아이언샷은 날카로웠고 퍼팅감은 절정에 달할 정도로 정확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쉽게 우승컵을 내주지 않았다. 또다시 후반부터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박주영은 10번홀(파4)에서 정교한 두 번째 샷으로 홀 거의 바로 옆에 공을 붙였고 박민지를 압박했다. 14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소나무 옆에 떨어지는 위기 속에서도 파를 세이브하며 홀을 따내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박주영의 압박 플레이에 박민지도 잠시 흔들린 듯했다. 하지만 이내 저력을 발휘했다. 15번홀(파4)에서 다시 6m 버디를 잡아냈다. 이 버디는 내내 침착하게 추격하던 박주영을 흔들었다. 16번홀(파3)에서 박주영은 3퍼트를 범하고 말았다. 승부는 다시 2홀 차로 벌어졌고 박민지가 경기 흐름을 다시 리드했다. 박민지는 17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핀 왼쪽에 가깝게 붙여 버디를 예약했고 이를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목표였던 시즌 3승 벌써 달성
매치플레이는 선수들에게 극한의 육체적, 심리적 부담을 주는 방식이다. 5일 내내 경기가 이어지는 데다 4강에 오른 선수들은 마지막 이틀은 하루에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 박민지는 승부가 결정된 직후 인터뷰에서 “코스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경기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목표였던 시즌 3승을 6경기 만에 달성한 박민지는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1승을 더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3-4위전에서는 지한솔이 2홀 차로 이겼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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