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초록" "깔끔한 투명" "맥주는 갈색이지"…'홈맥 3색대결'

입력 2021-05-23 14:00   수정 2021-05-23 14:23

맛도, 원료도 아니다. 이젠 컬러다. ‘맥주병=갈색’ 공식이 사라지면서 맥주 브랜드들이 가정용 맥주(홈맥) 시장에서 3색 대결을 벌이고 있다.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여름을 앞두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초록병, 심플하고 청량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투명병이 전통의 갈색병과 벌이는 다채로운 컬러 마케팅에 소비자들 눈이 즐거워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맥주병 컬러 마케팅 신호탄을 쏜 것은 하이트진로 ‘테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월 말 기준 테라가 2년 만에 누적 판매 16억5000만병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1초에 26병씩 팔린 셈으로 역대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속도”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초록병 맥주 대표주자 격인 테라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2019년) 대비 105% 늘었다. 특히 가정용은 120%나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가 과감히 녹색병을 채택한 게 성공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기존 갈색병 중심 시장에서 ‘청정 라거’라는 포인트를 초록병을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 소비자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풀이했다.

그러자 업계 1위 오비맥주는 지난 2월 ‘한맥’을 출시해 맞불을 놨다. 국내산 쌀 함유와 함께 갈색병을 버리고 초록병을 택해 테라 돌풍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맥은 같은 색깔의 테라와 나란히 진열되고 있다. 도매사 사입률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100%를 유지하며 일부 지역에선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수입맥주 브랜드도 초록병이 강세다. 지난해 하이네켄코리아 매출(1329억원)은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노 재팬’ 불매운동 영향으로 수입맥주 1위였던 아사히 맥주 매출이 70% 넘게 빠지자 하이네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역시 초록병을 사용하는 칭따오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들 맥주가 마트나 편의점 매대에서 ‘초록병 맥주 존’을 형성,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홈맥족 눈길을 잡아끈다는 평가다.


여기에 투명병이 가세하면서 컬러 마케팅에 불을 붙였다.

오비맥주가 올 3월 선보인 ‘올 뉴 카스’는 원재료, 공법 등 각종 요소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원래의 갈색병을 버리고 투명병을 채택한 것이다. “싹(ssac·카스 영문명을 거꾸로 배치) 바뀌었다”는 문구를 넣고 심플한 이미지와 투명성을 표현해 맥주를 마실 때의 청량감을 강조했다.

배우 윤여정을 올 뉴 카스 모델로 점찍은 것도 오스카 수상과 함께 화제가 됐다. MZ 세대(밀레니얼+Z세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반응도 좋은 편이라 투명병 채택을 통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생겨날 조짐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반면 전통의 갈색병을 고수하는 맥주 브랜드도 있다.

컬러 마케팅보단 ‘생(生)드래프트’를 효자 상품으로 띄운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가 그렇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주류 부문 매출(1856억원)은 34.1%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10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클라우드는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기용해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유흥주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홈맥주 시장 각축이 치열해졌다. 종전에 맛이나 원재료, 공법 등으로 경쟁했다면 최근엔 컬러 마케팅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녹색병이나 투명병이 얼마나 소비자 호응을 받을지, 이에 맞서 갈색병이 시장을 지킬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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