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선 가치있는 용도를 찾지 못한 만큼 존재에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의미 있는 효용을 찾을 수 없는 비트코인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자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단계 사기와 사실상 같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투자한 사람들이 얻는 이익은 결국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돈으로부터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폰지 사기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나"고 자문했다. 여기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하면서 역대 최대 다단계 금융사기범으로 꼽히는 버나드 메이도프를 예로 들었다. 메이도프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까지 20년 넘게 신규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금융사기를 저질렀으며, 피해액만도 650억 달러(약 72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크루그먼 교수가 작심 발언을 내놓은 이유는 비트코인이 화폐의 기능을 못하고 있어서다. 그는 "2009년에 등장한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소유권이 증명되고 물건을 살 수 있는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됐지만, 출시된 지 12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해 탄생한 모바일 결제 앱 벤모(Venmo)와 페이팔도 거론했다. 그는 "이들(모바일 결제 앱)과 달리 비트코인은 아직까지도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어난 지 12년이 지난 비트코인이라면 이미 일상생활에 파고들었거나 아니면 존재감이 없어져 이미 사라졌어야 했다"며 "아직까지 가치있는 용도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그 존재에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특히, "투기 수단 외에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곳은 돈세탁이나 해커의 금품 요구와 같은 불법적인 분야뿐"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1~2개는 생명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도 실생활에서 교환수단으로 사용되진 않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생명력을 유지하든 말든 별로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좋은 소식"이라며 "가상화폐가 의미 있는 효용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투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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