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아마존, 구글 등 세계 빅테크주는 전성기를 맞았다. 비대면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랠리를 지속해왔다. 중국 빅테크주는 예외였다. 정부가 반독점 규제 조치를 가하면서 상승세가 오래 가지 못했다. 주가는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성장성은 훼손되지 않았고 밸류에이션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중국 대표 빅테크주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로 보고 있다.
텐센트, 핀둬둬, 징둥닷컴 등은 직접적으로 조사받지 않았지만 투자심리가 동반 악화하면서 조정받았다.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중국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1당 독재’라는 특수성 때문에 투자자의 우려를 더 키웠다. 연초 이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축소 전망까지 나오면서 낙폭이 커졌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는 “정부의 반독점 규제는 단기적 충격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근간을 흔들지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금씩 매집해도 되는 시기”라고 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장기 관점에서 향후 3개월은 알리바바를 좋은 가격에 매수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현금창출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3조2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올해 영업이익이 9조9059억원으로 작년(16조1774억원) 대비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영업이익은 23조9305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5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사업 영역을 금융, 의료, 영화, 음악 등까지 확장할 수십 개의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표 신사업인 클라우드 부문은 1분기에만 10조5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5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텐센트는 PER이 34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편이지만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종목으로 꼽힌다. 벌어들이는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어서다. 텐센트는 메이퇀 지분 20%를 가진 최대주주일 뿐 아니라 세계 유망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뱅크 등 우량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과 홍콩에 동시 상장한 주식은 홍콩을 통해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미국이 최근 자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은 중국 기업을 뉴욕증시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투자심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과 홍콩에 동시 상장한 알리바바도 홍콩이 유리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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