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아랫배를 치받는 느낌이 들면

입력 2021-05-23 17:28   수정 2021-05-24 00:14

며칠 전 진료실에 찾아온 한 환자분이 자신의 증상 중에 아주 특이한 것이 있다면서,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얘기를 꺼냈다. 이 병증 때문에 이미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어느 한 군데에서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무슨 증상이냐고 물어보니, “시시때때로 아랫배에서 뭐가 쿡쿡 치밀어 올라와요”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분에게 “마치 새끼 돼지가 주둥이로 쿡쿡 치받는 느낌이 들죠”라고 하니, 무릎을 탁 치면서 딱 맞는 표현이라고 얘기한다. 실제 이 병증의 이름은 ‘아기돼지가 주둥이로 쿡쿡 밀면서 날뛴다’는 뜻을 가진 ‘분돈(奔豚)’이다.

이 병증의 특징은 해부학적인 구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본인은 상당히 심각하게 느끼는데, 막상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 보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심할 때는 목구멍까지 치받아 올라와 숨이 막힐 것 같아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특별한 변화를 찾아내지는 못해 결국 신경정신과적인 치료를 권고받기도 한다.

간혹 장의 경련이나 복부 대동맥의 박동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물론 위장에 문제가 생겨 일어날 수 있지만, 다른 곳의 이상으로 인해 나타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신적(腎積)’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이 증상이 비뇨생식 계통과 연관이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금궤요략’에는 증상이 발작적으로 나타나서 죽을 것 같다가도 또 완전히 사라지는데, 모두 놀라고 두려운 것이 원인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이 병증의 또 다른 원인임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아닌 게 아니라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따뜻한 찜질을 해주거나 시계방향으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면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생기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복부와 팔, 다리 쪽의 경혈에 침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때에 따라서는 호르몬 및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침자리를 같이 치료하기도 한다.

배를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귤껍질이나 대추차를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다만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하고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증상이 심하면 한약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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