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목소리 커지는 美 Fed

입력 2021-05-23 18:03   수정 2021-05-24 00:48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매파(통화 긴축 선호)의 주장에 동조하는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늘고 있다. 자산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을 본격화할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가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늦추기보다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Fed 내부에서 조기 테이퍼링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뿐이었다. 4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일부 Fed 위원이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카플란·하커 총재까지 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Fed는 작년 코로나19 이후 매달 80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내 다수는 ‘물가와 고용 목표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지금과 같은 테이퍼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하커 총재는 “테이퍼링 이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적정 시점엔 기준금리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며 “첫 번째 단계인 자산 매입을 줄일 땐 MBS가 먼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어 MBS 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용했다는 해석이다.

카플란 총재도 이날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Fed가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게 낫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의 뉘앙스도 조금 달라졌다는 평가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세가 내년 초는 돼야 누그러질 것 같다”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5월의 물가 급등은 일시적 현상”이란 파월 의장 발언과는 다른 맥락이다. 데일리 총재는 “(테이퍼링) 관련 논의를 미루고 싶지 않다”면서 “파월 의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팬데믹 위기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물가 급등세 역시 지속적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 역시 “정책 기조를 바꾸려면 고용 지표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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