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에 여권 대선주자들이 총집결했다. 앞으로 치러질 대선 경선에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마음을 얻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엔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친노 원로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양승조 충남지사, 김두관·이광재 의원도 배석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달 초 미리 묘소를 참배했다.
이날 추도사를 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열망과 달리 오늘날 대한민국은 불신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며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 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추도식엔 유족과 정치권 인사 등 70여 명만 참석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추도식 참석에 앞서 SNS에 “사람 사는 세상과 균형발전은 당신(노 전 대통령)의 생애에 걸친 꿈이자 도전이었다”며 “당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옛 사저에서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도 페이스북에 “당신(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세력이 반칙과 특권으로 발호하려 한다. 정치검찰의 검찰 정치, 대한민국의 검찰 공화국 전락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썼다. 이 지사는 “당신께서 떠나신 후 새로 태어난 수많은 노무현들 중 하나로서,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온 힘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광재 의원은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의원은 이날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의 가장 절실한 꿈이기도 한 것이 국민 통합”이라며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 통합을 위해 도전하겠다. 27일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다. 보수 정당의 당대표급 인사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정진석 당시 대표 대행 이후 약 5년 만이다. 김 대표 대행은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김 대표 대행은 “통 큰 소통과 진영논리를 넘어선 통합의 정신이 아쉬운 요즘”이라며 “노 전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그 뜻을 우리의 이정표로 삼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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