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됐지만 그만큼 그를 향한 반감도 커져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머스크는 올해 암호화폐 랠리를 달군 대표주자로 꼽힌다. 머스크가 1월 자신의 트윗에 ‘#비트코인’을 추가하자 즉시 비트코인 시세는 20% 가량 급등했다. 지난 2월 테슬라가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고 발표하자 역시 비트코인 시세는 바로 16% 뛰었다. 하지만 이달 초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차량 판매시 비트코인을 받기로 했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하자 암호화폐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지난달 중순 6만5000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고점 대비 40~50% 하락한 상태다. 머스크는 도지코인에 대해서도 수차례 언급했다.
2014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해왔으며 포르투갈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하이디 차코스는 “머스크는 자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윌리엄앤메리대학교의 피터 애트워터 겸임교수는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자신을 반항적인 인물로 형상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기자동차나 암호화폐나 미래지향적이고 반항적인 특성을 지니며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한 뉴질랜드 투자자 라크 데이비스는 “머스크 같은 인물은 사람들의 재무건전성 문제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는 즐거워할 뿐”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지난달 암호화폐 시세의 하락 원인 중 하나로 머스크의 트윗을 본 초보 투자자들의 투매를 꼽았다. 그는 또 “안타깝게도 머스크 같은 인플루언서가 암호화폐 시장의 오피니언 리더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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