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관련 펀드 총 40개의 설정액은 1423억원에 불과하다. 개수가 비슷한 유럽 펀드(37개) 전체 설정액 392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불과 5년 전인 2016년만 해도 전체 일본 펀드 설정액은 1조원에 달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일본 펀드의 5년 수익률(56.71%)은 베트남(75.06%) 미국(58.70%) 등에 이어 세 번째로 선두권을 형성했다.
일본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산업구조가 신산업으로 제때 교체되지 않은 데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한 탓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자 투자금은 삽시간에 빠져나갔다.
2016년 1조원에 육박했던 일본 펀드 설정액은 2년 만인 2018년 5000억원 아래로 추락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있었지만 결국 수익률이 발목을 잡았다. 2018년 당시 한 해 수익률은 중국에 이어 가장 저조했다. 지난해 수익률(6%)도 미국(22%) 중국(31%)과 크게 차이났다.
최근엔 일본 증시가 주요 선진국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일본 펀드 전체 수익률은 -4.21%(21일 기준)로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국가별 수익률 가운데 꼴찌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3%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 미국 S&P500은 11% 올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보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 일본은 최근 여러 악재에 부딪혀 최소 3분기까지 시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증시가 그간 선진국 증시를 뒤따르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반등 기회는 남아 있겠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승 요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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