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래 쓸수록 많이 나오는 인터넷 서비스 위약금을 손 보기로 했다. 약정 기간의 3분의 2가 지나야 위약금이 줄어드는 현행 제도를 절반이 지난 이후부터는 감소하도록 바꿀 방침이다. 개인 고객은 최대 10여만원 위약금 부담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25일 "인터넷 서비스 중도 해지 위약금은 가입 기간을 오래 유지해 계약에 충실했던 소비자일수록 많이 나오는 구조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약정 기간이 절반 지난 시점부터는 위약금이 줄어들게 제도를 고치겠다"고 말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는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인터넷, 인터넷TV(IPTV) 등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개 1~3년의 약정 기간을 설정하고 할인 혜택을 주며, 약정 만료 이전에 해지하면 위약금을 물린다. "약정 기간을 못 지켰으니 그간 받은 할인금을 돌려내라"는 취지다.
위약금은 늦게 해지할수록 많이 나온다. A사의 약정 기간 3년, 월 약정할인금 2만8000원, 속도 500M인 인터넷 서비스를 가입 6개월 후 해지하면 위약금이 약 16만8000원 나온다. 이후엔 해지 시점에 따라 △1년 28만6000원 △1년 4개월 32만5000원 △1년 8개월 35만3000원 △2년 35만3000원 등으로 불어난다.
2년이 지난 이후엔 △2년 4개월 34만2000원 △2년 8개월 31만4000원 △2년 11개월 22만4000원 등으로 줄어들긴 한다. 하지만 약정 만료가 임박해서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이 거의 없고, 2년 이후 감액폭도 작아 소비자에게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통신사별, 상품별, 약정기간별 위약금 수준과 감액폭에 다소 차이는 있다. 하지만 약정 기간의 3분의 2가 지나야만 위약금이 줄어드는 건 모든 상품이 동일하다.
정부는 앞서 2016년에 한 번 인터넷 위약금 제도를 고쳤다. 원래는 이용 기간이 길수록 일정하게 위약금이 늘어나던 구조를 약정 기간 3분의 2 경과 이후 감액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때 제도 개편이 불충분했다는 지적이 커지자 한 번 더 손 보기로 했다.
인터넷 위약금 제도 개편은 휴대폰 통신 요금 제도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 휴대폰 위약금은 약정 기간 절반 경과 이후(선택약정할인) 또는 6개월 사용 이후(공시지원금)엔 위약금이 줄어들게 설계돼 있다.
과기부는 3년 약정 기간 기준 최소 1년 6개월 이후부터는 위약금이 감소하게 하고, 감액폭도 키울 방침이다. 제도 개편은 개인용·기업용 인터넷은 물론 인터넷TV(IPTV) 등과의 결합상품에도 공히 해당된다. 조만간 통신 3사와 제도 개편 협의에 착수해 구체적인 위약금 조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조정안이 확정되면 각 사의 인터넷서비스 이용약관에 명시해 현장에 적용한다. 인터넷과 유료방송 등 결합상품의 경우 개인 고객 기준 최대 10여만원 위약금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도 개편은 한국경제신문이 이달초 인터넷 위약금 문제를 기사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경은 당시 통신사가 가입 당시에 위약금 관련 안내를 충실히 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위약금 폭탄'이 발생한 사례를 보도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한경 보도 이후 인터넷서비스 위약금 전반을 점검하게 됐다"며 "가입 계약 때 위약금 사전 안내 의무를 강화하는 한편 위약금 완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사들은 위약금 완화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어서 이들을 설득하는 게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위약금도 약정 할인받은 금액의 일부를 깎아주고 있다"며 "위약금을 더 낮추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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