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개국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연매출 500억원 규모인 경남 창원 태림산업은 이달 독일 폭스바겐 차량 100만 대에 들어갈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을 수주했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발주처로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곳은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한국전기연구원의 도움으로 운영하는 이 센터는 중소기업을 위해 3차원(3D) 시뮬레이션 장비와 전문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태림산업 관계자는 “센터 내 슈퍼컴퓨터를 통해 가상 3D 시뮬레이션으로 제품 개발 속도와 성과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단공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센터의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은 40여 곳으로 약 84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인텍전기전자는 초고압 가스 차단기 개발을 완료하고 수백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부마CE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항타기를 국산화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가 제품 개발 단계를 지원한다면 산단공에서 운영하는 ‘표준제조혁신 공정모듈’ 사업은 제품 생산 단계를 지원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모의시험을 통해 검증해보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적용해 현대위아 화천기계 등 고정밀 부품 가공에 필요한 공작기계를 활용해보면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산단공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일종의 제조혁신 모델하우스 개념인 ‘스마트팩토리 데모공장’을 건립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사업으로 중소기업들은 33건의 기술 애로를 해결했다. 전차(탱크)용 실린더를 만드는 방산업체인 칸워크홀딩스는 디지털트윈 기술 지원을 받아 기존 8가지 공정을 3가지 공정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생산성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에어버스의 날개를 만드는 S&K항공도 이 사업의 도움으로 노후화한 외국산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올해 산단 내 입주 기업의 신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사업다각화 플랫폼 사업’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제조 경쟁력은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와 신산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달려 있다”며 “이런 점에서 스마트그린 산단은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