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원금 중복 수급과 비영업제한 업종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소급입법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조치로 인한 손실액보다 받은 정부 지원금이 많으면 환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미 중기부 지원금 5조3000억원과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8000억원 등 6조1000억원가량이 지급된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상공인이 받아간 지원금이 손실액을 넘어섰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중기부 추계에 따르면 전체 업체의 81.7%(55만4000만 곳)가 손실추정액(고정비용 포함)보다 이미 받은 지원금 액수가 더 많았다. 바꿔 말하면 손실보상제를 도입하더라도 보상받을 수 있는 업체가 전체의 18.3%(12만4000만 곳)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소상공인 전체의 95.4%가 손실을 본 금액보다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추계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개별업체별로 더 세세히 따져봐야 하지만 손실추정액이 기존 지원금보다 적은 곳이 많다”며 “여기에 손실보상 소급까지 하려면 여론을 고려해 수용성이 있어야 하는데 여러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중기부는 소급할 경우 코로나19 조치 대상 소상공인의 4~18%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산자위가 연 손실보상 입법청문회에서 정부는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소급하려면 정산해야 하고 정산을 하면 (손실보다 큰 지원금을) 환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소급 적용 시 오히려 기존에 받은 지원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도 “소급 적용하려면 사업장별 손실 추정을 해야 하고, 그동안 지급한 정부 지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손실 추정이라는 것 자체의 정확성 문제도 있다”고 했다.
여야는 청문회 참고인도 9명 전원을 소급 적용 찬성론자로 구성했다. 소급 적용을 호소하기 위해 나온 4명의 소상공인을 비롯해 학계와 법조계 출신 참고인도 모두 소급 적용을 주장했다. 여야는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코인노래연습장 사장, 여행업계 관계자 등도 참고인으로 불렀다. 쟁점을 두루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열린 입법청문회지만 사실상 소급 적용에 반대하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관계자를 향해 “지금 피해를 본 국민이 나와있는데 가슴이 얼마나 먹먹하겠냐”며 “정부가 어떻게 국민 마음을 어루만질지 생각을 안 하고 대못 박는 얘기를 하느냐”고 했다.
소상공인 표심을 의식한 여야가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급적용안을 밀어붙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자위 야당 관계자는 “여야 모두 정부가 손실보상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여야 국회의원 115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희생과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야말로 민생”이라며 손실보상법 입법 처리를 촉구했다.
고은이/민경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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