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디지털 전환으로 혁신금융 선도…2030 투자자 사로잡겠다"

입력 2021-05-26 16:39   수정 2021-05-26 16:41


“새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가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디지털 전환을 생존의 문제로 꼽고 있는 이유입니다.”

취임 3년차를 맞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증권업계, 나아가 자본시장의 혁신금융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사장은 지난해 디지털 전환을 위해 사전작업을 시작했다. 작년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본부를 구성한 데 이어 올해 디지털플랫폼본부를 신설한 이유다. 정 사장은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디지털 혁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며 “‘디지털 혁신의 일상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증권업계 디지털 전환 선도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으로 선정된 ‘미니스탁’과 ‘온라인금융상품권’을 출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니스탁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이후 최근 이용자가 80만 명을 넘어섰다. 연초 50만 명을 넘어선 뒤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0.1주’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 덕이다. 온라인금융상품권도 지금까지 2000억원 가까이 판매됐다.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의 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을 선보이면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리서치센터에서 내놓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리서치 서비스 ‘AIR’도 디지털 전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AI가 분석해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한다. 정 사장은 “향후 자본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이 될 이들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새로운 상품 개발뿐 아니라 조직 내 업무 방식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정 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외부의 IT 기반 인력이나 조직들과 교류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다”며 “한번은 ‘증권은 왜 꼭 3영업일에 결제가 이뤄지느냐’ 같은 질문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동안 안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어서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다”고 소개했다. 문화가 다른 곳을 접하다 보니 생각 못한 아이디어와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정 사장은 “변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모이게 되면 시도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최근 테크핀 업체가 성장하고 있지만, 금융이라는 특수한 상품을 먼저 이해하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가진 장점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개인고객 서비스 이원화할 것
정 사장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 열풍이 증권사는 물론 우리 경제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그간 부동산 등의 자산으로 자본이 치우쳐 있었던 만큼 금융시장을 통해 자본이 공급되면 기업들이 사업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도 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며 “다행히 투자 트렌드가 바뀌고 있고,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어렵게 형성된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금융투자회사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런 역할을 누가 한 발짝 앞서 하느냐가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설명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한 만큼 고객 유형과 접촉 방식에 따라 전략을 이원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투자 플랫폼의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환경(UI)을 적합성과 적시성 있게 고도화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정 사장은 “동시에 대면 영업이 필요한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는 별도로 특화한 상품과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기관투자가에만 제공할 수 있던 상품을 개인 고객에게도 제공하며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해외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은 2018년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지난해 6월에도 36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이를 통해 자기자본 기준 베트남 상위 5개 증권사 진입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 늘어난 신용공여 한도를 적극 활용해 주식중개영업(brokerage) 확장은 물론 파생상품시장을 선도하고 한국과 베트남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공개(IPO) 및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IB) 사업도 더욱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KIS 인도네시아 역시 베트남 성공 경험을 토대로 5년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증권사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홍콩 현지법인도 ‘아시아 금융거점’을 목표로 2019년 3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인력 충원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이후 IB부문 기회 있을 것
정 사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IB 부문에서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IB는 코로나 이후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사장은 “현재 자산시장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도 기업도 정부도 부채로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기업의 경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금융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도 기업의 인수합병, 구조조정, 투자, 이에 대한 컨설팅 등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해외 IB 사업 강화를 위해 올 3월 1700억원의 추가 증자를 결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IB, 주식브로커리지, 주식파생트레이딩, 채권트레이딩의 4개 사업을 펼쳐가고 있지만 향후 KIS베트남과 KIS인도네시아, 홍콩 현지법인 등 동남아시아 영업기지 간 시너지를 제고하고 중장기적으로 아세안 비즈니스 통합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 사장은 단기 실적이나 시장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게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그간 긴 호흡으로 경영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직원을 평가한 덕에 중장기 목표를 이뤄나갈 수 있는 기반이 다져져 있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증권업에서는 특히 사람이 중요하다”며 “좋은 인재를 뽑아 좋은 성과를 내고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다 보니 많은 인재가 모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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