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의 작품들은 인물들을 일제 만행의 흔적이나 그들의 현재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촬영해 잊혀져가고 있는 일제 잔혹사를 생생하게 현재진행형으로 되살려 냈다. 인물들을 역사의 상흔을 간직한 장소 또는 그들의 피폐한 삶을 보여주는 배경과 함께 담아낸 사진들은 관람자들에게 '고요한 충격'을 안겨준다.
전씨는 "일제가 남기고 간 건축물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한 이유로 단종된 피해자를 만난 것을 계기로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잊혀져가고 있는 일제의 잔혹한 행위를 그냥 묻어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시기획자 원춘호씨는 "전씨는 개인이 하기에 벅찬 일을 사비를 들여 해왔다"며 "그의 작업은 일제의 흔적을 사진으로 정리한 해방 후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전씨는 1990년대부터 일제가 한반도 수탈 과정에 사용됐던 건축물과 시설을 촬영한 '제국의 평야'와 일제가 원활한 물자수송을 위해 전국 기차역에 세운 철도급수탑을 기록한 '제국의 바벨탑' 등의 연작을 발표해 왔다.
신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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