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은 이 감정평가 결과에 의존하게 된다. 재개발은 정형화된 재건축 아파트와 달리 조합원마다 종전 토지와 건축물의 가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감정평가 결과를 참고해 아파트를 84㎡ 타입이나 59㎡ 타입 또는 84㎡ 타입과 59㎡ 타입 두 개에 대해 분양신청을 할지 정하게 된다. 만일 조합에서 알려준 감정평가에 오류가 있다면 조합원은 분양신청에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최근 재개발 사업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해 실제 소송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어느 조합원의 종전 토지와 건축물 가격이 과거부터 큰 변동 없이 10억원 정도이고 아파트 84㎡ 타입의 조합원 분양가격이 7억원인 경우를 가정해보자. 그런데 조합이 알려준 감정평가에 따르면 해당 조합원의 종전 토지와 건축물 가격이 6억원이라고 한다. 일단 조합원은 조합사무실에서 분양업무를 대행하는 직원에게 아파트 84㎡ 타입을 분양받고 싶다고 밝힌다. 하지만 분양신청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큰 평형에 대한 분양신청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은근히 겁도 주면서 작은 평형 아파트를 분양신청하라고 권한다. 잘못되면 큰일 난다는 식이다. 결국 조합원은 종전 토지와 건축물 가격이 왜 이렇게 낮은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양가격이 5억원인 59㎡ 타입에 분양신청하게 된다.
이후 분양신청 기간이 종료되고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다. 이 관리처분계획을 위해 다시 조합원의 권리 명세에 따라 종전 토지와 건축물의 감정평가를 한다. 그런데 해당 감정평가에서는 조합원의 종전 토지와 건축물 가격이 10억원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조합원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아파트 84㎡ 타입의 분양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더군다나 아파트 59㎡ 타입의 분양가격 5억원 외 나머지 5억원은 수년이 지나 재개발사업이 종료될 때쯤 청산금으로 받는다. 그때의 부동산 시세 및 물가가 분양신청 기간 당시와 동일할 리 만무하다.
재개발 조합원의 분양신청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행사의 성격을 띤다. 위에서 언급한 두 번의 감정평가 결과에 다소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합리성을 상실할 정도의 상반된 결과라면, 또 그에 따른 분양신청에서 손해를 봤다면 조합원으로선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조합원의 재산권 침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조합원은 소송을 통해 관리처분계획을 취소시키고 재분양 신청 절차를 밟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송은 잘못된 결과를 사후에 다퉈서 바로잡는 것으로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조합원은 분양신청에 대비해 종전 토지 및 건축물의 명세와 그 가격을 스스로 파악해둬야 한다. 조합에서 제공하는 분양신청 자료들과 감정평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위와 같이 조합원 분양신청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조합의 안내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스스로 분양신청과 관련한 면밀한 분석과 때로는 과감한 결단까지도 내리는 게 중요하다.
고형석 < 센트로 변호사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