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주택 보다 플랜트에 중점을 둔 두 건설사가 올해 매출 규모를 얼마나 키울지,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릴지가 기업가치 평가의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4일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사명 변경을 공표하고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기업가치 10조원을 만들어 상장을 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말 기준 3000억원대인 SK에코플랜트의 에비타(EBITDA)가 2023년이면 8500억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가치는 지난해 인수한 기업 EMC홀딩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EMC홀딩스는 에비타의 14~15배 수준에서 인수가격이 결정됐다.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현대엔지니어링도 기업가치로 10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주관사 중 한 곳인 KB증권은 입찰에서 10조원을 넘는 액수를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비상장주식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서 시가총액 9조4942억원, 주당 1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 건설사는 모두 원래 주택부문보다는 플랜트부문에 집중했던 회사다. IPO를 준비하면서도 환경을 더한 플랜트부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에 목표를 뒀고, SK에코플랜트는 건설 후 관리·운영에 중점을 두며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 부문을 줄이고 폐기물처리업체, 환경시설관리 등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최대 종합환경플랫폼기업 EMC홀딩스(환경시설관리)를 1조500억원에 인수했고, 연료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블룸에너지와 협업했다. 최근에는 폐기물처리업체 클렌코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여기에 더해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동남아 환경 앵커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건설업을 벗어나 신사업인 친환경 사업에 집중해 친환경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것을 미래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이 최근 시장에서 인기가 있어 기업가치 산정 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서 "다만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 실적이 높지 않고, 친환경 사업서 당장 버는 돈이 적다보니 2023년까지 매출을 잘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비상장주식사이트에서 현재 주당 7만1400원, 시가총액 2조50204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플랜트를 짓는 통합 설계·조달·시공(EPC)에 집중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 7조1884억원, 영업이익 2587억원을 냈다. 2024년까지 남은 수주잔고도 23조1561억원이다. 이달에는 2조7000억원 규모의 '폴란드 PKN 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 EPC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EPC 업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동 현대차 부지 개발사업, 현대차 미국진출 일감 확대 등도 향후 매출을 유지해줄 것이란 평이다. 다만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년 연속 줄었다. 여기에 전통적인 건설업이 경기에 따라 실적변화가 큰 업종이라 미래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친환경 인프라 사업 등 신사업 역량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이 기사는 05월25일(15:1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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