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자율주행 사고 논란에 봉착한 테슬라가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과감히 레이더를 버리기로 했다. 대신 거리 측정과 주변 상황 탐지까지 모든 기능을 카메라와 신경망 처리 기술에 맡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린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북미 시장에서 신규 출고되는 모델3와 모델Y의 레이더 센서를 제거한다. 대신 8개 카메라와 신경망 처리에 의존한 '테슬라 비전'이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오롯이 구현하게 된다.
북미 시장을 제외한 국가들에서 판매되는 모델3·모델Y에는 레이더가 계속 탑재된다. 신형 모델S와 모델X도 마찬가지로 레이더가 장착돼 출고된다. 다만 모델S·모델X에서도 앞으로 레이더가 제거될 여지가 있다.
GM크루즈와 구글 웨이모, 오로라 등 자율주행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능 구현에 있어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를 함께 채택하고 있다. 이들 센서는 주변 사물과 거리를 측정하는 기능을 맡는다.
반면 테슬라는 라이더 사용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쳐왔다. 가격이 비싸지만 그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테슬라 양산 차량에 라이더가 쓰이지 않았던 이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라이다는 너무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다.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비꼰 적도 있다.
현재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서라운드 카메라 8대, 전면 레이더와 12개 초음파 센서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레이더까지 빠진다. 레이더는 주로 장거리 측정에 사용되며 라이더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다만 정밀한 계측엔 한계가 있는 데다 전파 방해 가능성이 있다.
이번 레이더 제거는 최근 오토파일럿 기술 오류로 인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게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러 센서를 혼용하는 방식이 가격 상승은 물론 데이터 처리량을 불필요하게 늘리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테슬라는 보고 있다.
다만 카메라 기반 오토파일럿·FSD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테슬라는 "전환 기간 동안 테슬라 비전을 장착한 차량들은 일부 기능이 제한되거나 비활성화된 상태로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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