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중국이 김치와 한복 등의 종주국이라는 자국 내 주장에 대해 “이제 와서 이건 네 것, 이건 내 것, 이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국 여론을 비판하기는 커녕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관영 매체를 통해 “김치 먹고 정신이 혼미한가”라고까지 비난했던 중국이 김치·한복 등의 ‘문화공정’을 숨기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싱 대사는 지난 26일 MBC방송에 출연해 “양국은 수천 년 동안 같이 붙어서 살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부는 오해인 것 같고 또 일부는 사람들이 아주 고의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 정부와 대사관도 노력하겠지만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국민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교류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제로 김치와 한복 등이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2017년 사설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사드 배치를 하면 한국은 북핵과 강대국 양측에 끼인 개구리밥 신세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보수파는) 김치를 먹고 정신이 혼미한가?”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한국인들을 비판하는 소재로 김치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잇달아 김치와 한복의 종주국은 중국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문화공정’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는 세종대왕·윤동주·김연아 등을 ‘조선족’이라 표기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싱 대사는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남중국해·쿼드(4개국 안보협의체) 등이 포함된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며 “예를 들어서 대만 문제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한국 측에서 설명은 했지만 우리로서는 중국 내정”이라며 “29년 전 한·중 수교할 때 이미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한국 정부가) 명확히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확실하게 말씀드릴 것이 좀 없어 미안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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