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역대급' 분배지표 개선에도 정부가 조용한 까닭

입력 2021-05-27 17:08   수정 2021-05-28 00:10

2019년 4월 고용노동부는 전년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로 분배지표가 대폭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19%로 전년보다 3.3%포인트나 낮아져 처음으로 20% 미만을 기록했고, 임금5분위 배율(상위 20% 평균 임금을 하위 20% 평균 임금으로 나눈 값)도 4.67배로 2008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뒤 최초로 다섯 배 미만을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보도자료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기존 하위 임금 구간에 속했던 근로자들이 중위임금의 3분의 2 이상으로 대거 이동했다고 설명하며 ‘직전 5년간 임금구간별 근로자 분포’ 그래프까지 곁들였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25일 고용부가 발표한 ‘2020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저임금근로자 비중은 16.0%, 임금5분위 배율은 4.35배로 2년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하지만 올해 보도자료에선 ‘임금구간별 근로자 분포’ 그래프가 사라지고, 분배지표에 대해서도 “저임금 근로자 비중과 임금5분위 배율 등 주요 분배지표도 개선됐다”고만 언급했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해보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5년 만에 23.5%에서 16.0%로, 임금5분위 배율은 5.24배에서 4.35배로 좋아졌다. 지표상으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개선세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정책 효과를 강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조사가 ‘반쪽짜리 통계’이기 때문이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는 매년 6월 기준 전국 3만3000개 표본 사업장을 정해 근로자 약 100만 명의 고용형태, 성·연령·학력별 임금 및 근로시간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조사 시점에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만 조사 대상이다. 그러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은 아예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통계에서도 분배지표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왔지만 정부가 애써 강조하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전체 근로자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조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사업체 종사자 수는 전년 6월에 비해 21만4000명 급감했다. 비유하자면 이번 분배지표 개선은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상당수 학교를 떠나면서 재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올라간 것과 같은 셈이다.

문제는 이 통계가 경제활동인구조사와 함께 이제 막 본격화된 최저임금 심의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라는 점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를 오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배가 가짜 이정표에 끌려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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