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무리수 마케팅'이 기업 매각이란 초유의 결말을 맞게 됐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이 열린 지난달 13일 이후 한 달 보름 만이다.
국내 우유시장 점유율 2위 남양유업이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팔린다고 27일 밝혀졌다.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 52.63%를 한앤컴퍼니에 3107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수년간 이어진 경영상 문제와 이로 인한 구설수가 불가리스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 경영 쇄신 요구가 이어진 결과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 19호 유한회사는 이날 홍 전 회장(지분율 51.68%)과 홍 전 회장의 아내 이운경(0.89%)씨, 손자 홍승의(0.06%)군 등 오너일가 지분 52.63%(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했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전량을 한앤컴퍼니 측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금 지급과 동시에 지분을 양도하고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사 안팎에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일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던 홍 전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경영권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역풍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달 7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경영 쇄신에 나서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오너 일가가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제품을 접촉시키는 방식의 연구 방법으로는 코로나19 예방 및 사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해당 연구가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점, 심포지엄과 남양유업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 홍보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PEF인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경영 쇄신을 통해 새출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적용하고자 하며,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2013년)과 한라비스테온공조(2014년), SK해운(2018년) 등 사례를 기업 가치를 높인 사례로 들며 남양유업의 경영 쇄신을 자신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며 "적극적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