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생기는 희귀 혈전증이 바이러스 벡터(운반체)를 이용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백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세포를 폭넓게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단백질 변형이 생겨 일부 사람들에게 혈전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적이 사실이라면 백신 설계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내 방역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은 아직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은 크게 두 종류다. mRNA를 이용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과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얀센) 백신이다.
이들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몸속 세포를 공장처럼 이용한다. 백신으로 주입한 유전자가 세포 안에 들어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은 해당 세포의 외벽에 잘 붙어 있어야 한다. 몸속 항체가 세포벽에 있는 단백질을 인식한 뒤 면역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통해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 중 일부 조각이 세포에서 떨어져 나가 몸속을 돌아다닐 수 있다고 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몸속을 돌아다니면 세포 수용체인 ACE2와 결합하기 쉽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할 때 이용하는 수용체다. 이 때문에 혈액이 뭉치는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희귀한 특이 혈전증이 발생했는데 이는 백신으로 만들어진 단백질 변이체가 혈관 속 ACE2와 결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이런 부작용이 코로나19 감염 때 생긴 혈전과 유사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DNA를 활용하기 때문에 세포 핵까지 들어간다. 핵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신호인 RNA를 만들고, 이 RNA가 세포질에서 단백질을 만든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mRNA 백신에 비해 세포의 공장 기능을 좀 더 폭넓게 활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DNA가 RNA로 바뀌는 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RNA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설계도이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면 잘못된 단백질을 만들거나 이 단백질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위험이 있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설계상의 문제가 이 같은 희귀 혈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독 뇌정맥에 혈전증이 많이 생긴 이유에 대해선 혈액 흐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뇌정맥은 혈류가 비교적 오랜 기간 정체하는 곳이다. 다른 곳에 비해 혈액이 활발히 흐르지 않아 혈전이 쌓일 수 있다. 연구팀은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이 모두 1차 접종자인 원인도 규명했다. 백신으로 일단 항체가 형성되면 이 항체는 혈액 속에 떠다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붙잡는다. 단백질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혈전이 생길 위험이 낮아지는 셈이다.
통상 정식 의과학학술지 등을 통해 공개되는 논문은 해당 학술지 편집위원 등의 평가를 거친다. 이렇게 공개된 뒤에도 동료 과학자들이 논문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추가 확인한다. 이른바 ‘피어리뷰’ 과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긴급한 감염병 상황에서는 이런 절차를 거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피어리뷰를 완전히 마치지 않고 공개되는 일도 많다. 이날 발표된 논문도 마찬가지다.
이지현/이선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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