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여권 내 차기 대통령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여당에서 대권 도전장을 내미는 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을 비롯해 지금까지 공식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인물만 10여 명에 달한다.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결선이 진행되는 민주당의 대선 경선 규칙 특성상 압도적인 1위가 없는 한 결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마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일류 국민은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신념의 정치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치를 원한다”며 “시대교체와 세대교체, 선수교체 3박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을 주요 7개국(G7)을 넘어 G5로, 나아가 G3로 이끌어야 한다”며 “남북한 협력을 통해 구심력을 확보하고, 한·미 동맹을 기초로 중국과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등 이른바 ‘빅3’는 사실상 캠프를 꾸리고 대권 행보에 들어갔다. 경남지사를 지낸 재선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초 자서전 출간이 예정돼 있는 등 본격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다음달 초 대담집 출간을 기점으로 대권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권에 공식 도전하는 인물이 한두 명 더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 후보가 4명(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은 후보가 도전하는 것이다. 다만 여권의 잠룡으로 꼽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경선 규칙이 나머지 후보들에게 기회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당규 65조에 따르면 경선 규칙상 1위가 과반을 얻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결선을 치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역대 두 번의 경선에서 모두 50% 이상 득표했기 때문에 결선이 필요 없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당내 기반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이 지사가 경선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선에서 2위 후보와 1 대 1로 맞붙어야 한다. 이 경우 3위 이하 후보에게 향한 표들이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컨대 지난 2일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대표는 35.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대표 경선은 결선이 진행되지 않아 곧장 당선됐다. 만약 대선 경선룰을 적용했다면 송 대표는 35.01%를 득표한 홍영표 후보와 결선에 가야 했다. 이때 3위를 한 우원식 후보(29.38%)의 표가 어느 쪽으로 가는지에 따라 1위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과거 민주당의 16대 대선 경선 전 지지율 2%로 시작해 최종 후보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화’ 역시 여권 내 잠룡들을 설레게 하는 요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에게는 경선에서 50% 이상 득표율을 얻는 것이 제1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나머지 유력 후보들은 경선까지 2위를 목표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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