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 점차 인정받고, 투자 소득세를 내야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회계·세무 서비스는 필수입니다.”
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대표(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7월 말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어테크(거래소명 지닥)의 법인 고객 200여 곳을 대상으로 회계, 세무 솔루션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펀드서비스가 내놓을 가상자산 법인용 솔루션이란 디지털 자산 매매, 이체, 커스터디(수탁), 청산(OTC) 등의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된 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재무적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펀드서비스는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가 등에 펀드 회계 처리에 필수적인 ‘기준가격 산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종목이 담긴 일반 주식형 펀드는 물론 기준가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의 회계와 세무 처리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다. 가상자산의 양성화에도 이런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거래소별, 자산별로 단가가 차이나고, 장 마감이 없고, 시세 변동이 더욱 큰 특성상 서비스 난도는 더 높다.
고 대표는 “이미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법인이 적지 않지만 세무감사나 재무자료를 제대로 작성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기관, 펀드 등이 투자하는 가상자산의 ‘투자자산화’에 대비하려면 반드시 정확한 바로미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재무 솔루션은 제 3자의 검증을 거친 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회사의 회계 처리와 당국의 세금 징수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고 대표는 "해외 유명 투자회사들은 이미 5~10% 가량의 가상자산에 넣고 있고, 미국 등에선 투자자에게 당일마감 및 세무처리를 솔루션을 제공하는 백오피스 서비스가 이미 활성화했다"고 소개했다.
금융지주 계열회사가 가상자산 관련 회계와 세무 처리를 위한 솔루션 개발을 내놓는 건 우리펀드서비스가 처음이다. 대형 지주 계열 은행들도 가상자산관련 수탁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이 우리펀드서비스가 이 분야에 진출하는 이유를 물었다. 고 대표는 “여러 투자자들이 매매를 통한 단기 투자수익에만 골몰하는 현 상황과 가산자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회계적, 재무적 뒷받침은 별개”라고 했다.
그는 ‘암호화폐’ 대신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고집했다. 암호화폐란 용어는 블록체인의 ‘거래수단’으로서의 기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는 “블록체인이란 정보의 중앙독점의 폐해를 막는 등 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계발된 기술”며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코인화’가 돼야하는데 현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는 밝다"고 단언했다. 탈중앙화된 신기술로서 사회의 신뢰도를 높일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쇠고기 도축 이력 서비스에 유통과정과 생산자, 냉장 보관 기간 등을 블록체인으로 담아 신뢰도를 더 높이고, 무명 연예인의 시간을 블록체인으로 사고파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 수탁사업자, 당국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뜻을 모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고 대표는 “현재 거래소들은 기존 금융권의 전산보안 수준과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운영된 증권안정화기금처럼 거래소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금세탁방지 정보를 통합하고 사후관리를 대행해주는 공동 법인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