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가 카드론 더 쓴다

입력 2021-05-28 17:17   수정 2021-05-29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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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급전 창구’라 불리는 신용카드사의 카드론(장기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를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가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은행 대출을 조인 결과 고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에도 대출 총량 규제를 재개할 예정이어서 서민들의 카드론 이용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18년 4분기부터 역전

28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 1등급(나이스평가정보 기준) 차주의 지난해 4분기 카드론·현금서비스 이용액은 2조1284억원이었다. 6등급 차주(1조5575억원)보다 36.7% 많았다. 2017년까지 6등급 차주의 이용액이 1등급보다 많았지만 2018년 4분기에 역전됐으며 이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2018년 10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DSR이란 모든 금융권 대출액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 도입으로 시중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자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을 찾게 됐다. 카드론은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카드사들의 대출 총량 규제도 동시에 시행되고 있었다. 카드론 등 카드사 대출 총량이 전년보다 7% 이상 증가할 수 없도록 묶여 있는 상태에서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유입되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19년 1등급 차주의 카드론 취급액은 분기가 거듭될수록 증가세를 보였고, 6등급 차주 취급액은 매분기 소폭 감소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총량 규제를 풀어준 지난해엔 1등급 차주뿐 아니라 6등급 차주의 카드론 취급액도 늘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대출 총량 규제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카드론 대출액이 전년보다 10%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판단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 규제가 생기면 카드사로선 당연히 연체율이 낮은 고신용 우량고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는 것과 맞물려 저신용자들이 카드론에서 밀려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1등급 차주에게 적용하는 카드론 금리는 연 7~12%대이며, 6등급은 연 14~20%대다.
가계대출 금리, 15개월 만에 최고
카드사들도 상환 능력이 양호한 고신용자 고객을 반기고 있다. 올해 초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카드론 상품이 나왔을 정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은 원래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를 위한 고금리 상품이었는데 최근엔 고신용자도 즐겨 쓰는 중·저금리 상품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론을 찾는 고신용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편 가계대출 금리는 1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91%로 3월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월(연 2.9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인혁/김익환/박진우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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