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관이 사의를 표한 것은 지난해 12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처음 보도된 지 6개월 만이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차관은 당시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는데, A씨가 깨우자 그를 때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차관은 사건 이틀 뒤 A씨를 만나 택시 블랙박스 녹화 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이 차관과 함께 강호성 범죄예방정책국장, 이영희 교정본부장도 사의를 밝혔다. 이들 세 명은 모두 비검찰 출신이지만, 과거 법무부에서 검사 출신이 맡던 고위직에 임명됐다.
검찰에서는 조상철 서울고검장이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앞두고 고위간부 가운데 처음으로 사의를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다음달 검찰 인사를 앞두고 박범계 장관이 사퇴 압박을 한 결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이 이미 망신주기를 통한 ‘찍어내기 인사’를 암시한 상황이어서 검찰 주요 간부 진용이 대거 바뀔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지난 27일 검찰 인사위원회 직후 “인사 적체와 관련해 대검찰청 검사급 인사에서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탄력적 인사’란 고검장·검사장급 구분을 없애고 한꺼번에 대검 검사급 인사를 내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검장과 검사장급을 구분하지 않고 인사를 내면 일부 고검장이 검사장으로 발령나 선·후배 간 기수가 역전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선 “고검장들에게 망신을 줘 사표를 받아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당수 현직 고검장은 그동안 정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에 반대하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키웠다. 한 부장검사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사법연수원 20기)가 총장에 오르면 23~24기 고검장들은 후배 기수가 수장이 되면 용퇴하는 관례를 따를 필요가 없어진다”며 “이들이 제 발로 나가지는 않을 테니 박 장관이 찍어내기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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