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위원장은 지난 4월 22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암호화폐 투기는) 잘못된 길"이라며 "어른들이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해줘야 한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또 "암호화폐는 내재적 가치가 없는 자산으로, 국내에 200개가 넘는 거래소 역시 현재 등록된 곳이 한 곳도 없어 9월이면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는 단초를 제공했지요.
실제 은 위원장 발언 이전 개당 700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단 하루만에 6000만원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에 분노한 2030 청년들이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바로가기)을 올리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은 위원장 스스로도 마음을 비웠던 모양입니다. 은 위원장은 이후에도 금융위 직원들에게 "어쨌든 난 가상자산 할 생각이 없으니 후임 위원장이랑 알아서들 하라"며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수시로 내비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달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갈짓자 행보' 등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고 가격도 급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 차원의 강력한 단속 등이 겹쳐 지난 24일에는 한때 4000만원선도 붕괴됐지요.
은 위원장도 그동안 흔들리던 마음을 부여잡고 최근 업무에 다시 열의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자기는 곧 그만둘 사람'이라며 가상자산 말만 나와도 손사래치던 분이 최근 들어선 가상자산 관련 회의를 직접 소집하는 등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은 위원장이 암호화폐 투기 광풍을 가라앉히고 이 같은 열망을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과 금융 혁신 동력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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