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행패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네이버의 즉각적인 대응은 사실 발표도, 사과 입장도 아닌 언급 차단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네이버가 지난 며칠 동안 가해 임원 이름을 자사 네이버 서비스에서 입력할 수 없도록 금지어로 차단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사건 발생 후 며칠이나 지나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임원이 내부 반발로 타사로 이직했다가 네이버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강력하게 반대했는데도 그 윗선 임원이 '내가 책임지겠다'고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 피해를 호소한 직원들은 거꾸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네이버 노동조합의 대처는 더 기가 막힌다"라며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상습적인 인력모독과 괴롭힘으로 많은 직원이 고통을 받았고 그중 한 직원의 자살로까지 이어진 '사건'에 대해 노조는 '업무상 재해'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원 밑에서 괴롭힘을 당한 게 무슨 천재지변이냐"라며 "수사 촉구도 아니고 징계요구도 아니고 재발 방지 대책 요구도 아니고 '어쨌든 죽었으니 산재 처리해줘라' 이런 게 갑질 자살 사건에 대한 노조의 요구사항이라니"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이런 '산재 선처' 요구마저도 사건 발생 후 며칠 만에, 언론 보도가 터져 나오기 시작해서야 나온 것이다"라며 "이쯤 되면 노조가 진상규명을 외치기는커녕 사건을 은폐하고 사측을 변호해주는 셈이다"라고 저격했다.
네이버 측은 해당 의혹에 "네이버 서비스에서 금지어 처리를 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네이버에서 근무한 40대 직원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애통한 일"이라며 "객관적인 조사를 받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28일 오후 네이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주 우리 동료를 잃는 애통한 일이 있었다"며 "애도와 위로가 우선인 상 중인 상황이어서 좀 더 빨리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입을 뗐다.
그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별개로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번 일로 상심이 크실 구성원들을 위한 지원 등도 빠르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해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조는 "특히 회사 내 인사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고인이 힘든 상황을 토로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부분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5일 오후 1시께 분당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직장 내 갑질 등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사건이 알려진 지 사흘 만에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관련 임원의 이름은 익명 게시판에서도 금지어에 등록돼 있다. A 씨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네이버 직원은 "무슨 말로도 어린 아들과 아내에게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휴가를 떠난 가해자와 가해자의 문제점을 알고도 재채용한 책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네이버 노조의 미온적인 태도를 꼬집는 글도 이어졌다.
29일 게재돼 현재 검토 중인 해당 청원에는 "사망한 그분과 오랜 시간 함께 직장생활을 해왔기에 이러한 사건은 더 피해를 겪는 사람의 정신적 나약함이나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냉철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특정 기업 또는 조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을 뿐이며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극단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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