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박모씨(38)는 출근 전에 할 일이 늘었다. 서울교육청이 지급한 ‘편의점 바우처’ 이용을 위해 아침 일찍 편의점에 가서 초등학생 아들에게 먹일 도시락, 간식 등을 사 와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이가 휴대전화가 없다 보니 내 휴대전화에 바우처를 입력받아 대신 사다 주고 있다”며 “가뜩이나 살 품목이 적은데, 그나마도 살 만한 상품들은 동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최근 서울교육청이 원격수업을 하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급식을 해결한다는 취지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희망급식 바우처’를 지급했지만, 구매 가능 품목이 제한적이고 이용이 까다로워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현실을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우처로 구입 가능한 10개군의 식품은 도시락, 제철 과일, 흰 우유, 두유, 채소 샌드위치, 과채주스, 샐러드, 떠먹는 요거트, 훈제계란, 김밥류다. 다만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즐겨 사먹는 삼각김밥은 제외된다. 구입 허용 대상인 도시락도 학교급식 기준에 따라 나트륨 함량 1067㎎ 이하, 칼로리 990㎉ 이하, 단백질 11.7g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같이 살 수 있는 제품이 한정되다보니 이들 제품의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는 편의점마다 구매 품목이 다 떨어져 고역을 치렀다는 글이 수십 건 게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삼각김밥과 생수 구입은 왜 안 되느냐”는 불만이 많다. “일반 마트나 제과점 등에서도 식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학교급식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품목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품목 기준은 영양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교급식 자문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1L 이하의 물을 구매할 수 있게 품목을 늘릴 예정”이라며 “삼각김밥은 반찬에 비해 밥의 양이 많아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 개선 이후에도 추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매 장소 확대는 전산상의 이유로 어렵다”고 했다.
바우처는 만 14세 이상이 가입할 수 있는 제로페이의 모바일 포인트로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초등학생이나 휴대전화가 없는 학생은 직접 쓸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교육청은 다음달 1일부터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학부모가 바우처를 초등학생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런 개선에도 휴대전화가 없는 아이들은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류 상품권이나 실물 카드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아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체들은 바우처로 구매 시 기본 10% 할인과 함께 10% 통신사 중복 할인을 제공하는 혜택도 내놓았다. 이외에 편의점별로 별도 할인쿠폰을 주는 경우도 있어 구매 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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