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소백산 - 이필(1972~)

입력 2021-05-30 17:09   수정 2021-05-31 03:01

토막불 걸린 솥단지 안쪽에서
누군가 나무 숟가락 휘휘 저으며 별들을 위협한다

그 외엔
구름 한 점 없는 고요

보부상들의 시간

시집 《시골시인-K》(걷는사람) 中

소백산은 깊습니다. 그 깊은 곳에 사람들이 삽니다. 토막불로 솥단지에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모양입니다. 휘휘 저으며 그 훈김이 별까지 위협하는 것을 보니, 반은 연기요 반은 허기였겠지요. 구름도 없는 소백산, 한때 산맥을 타고 넘어가는 보부상들이 저렇게 끼니를 때웠으리라 생각됩니다. 소백산에서 지내는 오월의 밤, 온돌방엔 여전히 불을 때야 하고, 밤은 뼈를 시리게 하지요. 지금쯤 소백산 중턱에는 사과꽃이 활짝 피어 있을 것입니다. 밤엔 그것이 폭설로 보일지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흰 곰들이 모여 불을 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도 좋을 테지요.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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