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 성과로 꼽은 한·미 원전기술 공조 구상이다. 곧장 원전업계가 벌집 쑤신 듯 끓어올랐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원로 연구자의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내로남불’이다. 탈원전하자며 국내 원전은 하나둘 없애면서 남의 나라에 원전을 팔겠다는 게 과연 윤리국가의 행태인가”라고 했다. 식당 주인이 자신은 먹지 않는 음식을 손님에게 팔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중적 투트랙’을 누가 신뢰하겠느냐는 반문이다.
두 번째가 핵폐기물 불안이다. 하지만 이것도 최근 파이로프로세싱 같은 기술 진화로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도 마찬가지다. 원전 생산 단가는 60원 정도다. 가스(120원), 태양광(150원)은 물론 석탄(80원)보다 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외에선 우리 규정의 두 배인 80년까지 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도 ‘경제성 조작’까지 해가며 40년 된 중년 원전을 조기 은퇴시키려고 한 게 우리 정부다. 멀쩡히 돌아가는 원전과 공사를 중단한 대가로 국부 수조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그러는 사이 원전산업은 쑥대밭이 됐다. 연간 28조원의 매출과 3만5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현대경제연구원)하던 효자산업의 몰락이다.
대통령은 여전히 말이 없다. 되레 검찰이 대신 답하는 모양새다.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조사한 최재형 감사원장을 수사하겠다고 칼을 빼든 것이다. 정작 평가 조작 혐의자 수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상황에서다.
우리만 여전히 탈원전이란 시대착오 속에 갇혀 있다. 반핵을 외쳤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친원전으로 돌아섰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이 선택한 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다. 결단의 시간이 왔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