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탄소중립’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한국이 주재한 환경 분야 첫 세계 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 가속화를 선언했다. 국무조정실 환경부 금융위원회 국민연금 등 정부 부처와 공적 연기금도 줄줄이 정책 뒷받침에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탄소중립으로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세계 기후정상회의에서 약속한 대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기로 한 지난해 목표보다 NDC를 더 빠르게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8) 유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P4G 1차 개최국인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에 포괄적인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하고, 투자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하기로 한 것처럼 공공부문이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주기 바란다”며 “한계돌파형 기술 개발 투자,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파격적인 금융·세제 지원 등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부처들도 거들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P4G ‘녹색금융 특별 세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구조를 저탄소 배출형으로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금융권은 대출·투자 기준을 바꿔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나서 금융회사들의 대출·투자 기준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증권사에도 기업분석보고서 등을 만들 때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도록 하고 평가할 때 적극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부겸 국무총리, 한정애 환경부 장관 등도 참석해 탄소중립 지원 방침을 밝혔다.
야권은 탈원전 등 탄소 중립과 엇박자가 나는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국에서 P4G 두 번째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면서도 “한국은 모순덩어리 탈원전 정책으로, 산사태가 나도록 숲을 베며 태양광 패널을 깔고,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소 10기를 건설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