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람들은 자신의 몸속에 무언가가 주입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정서를 갖고 있어 어떤 백신이든 기피자가 많다고 한다. 중국 본토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개인 선택권을 인정해, 다른 나라들에선 없어서 난리인 화이자 등의 백신이 남아도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백신 접종을 터부시하는 데에는 종교적 이유도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통해 초소형 반도체칩을 몸속에 넣으려 한다며 백신을 거부하는 특정 종교인이 있다. 2년 전 홍역 대유행기엔 “홍역이 신이 내린 벌이란 점에서 백신은 신과 인간의 소통을 막으려는 악마의 작업”이라며 접종을 거부한 사람도 있었다. 이슬람 교인은 독감 백신에 돼지의 젤라틴 성분이 포함됐다며 접종을 기피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백신 ‘기피’를 ‘선호’로 돌려세우려는 방법으로 ‘채찍’이 동원되기도 한다. 영국에선 기업이 취업조건으로 백신 접종증명서를 요구하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접종 거부자에게 최대 500만루피아(약 39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그러나 ‘백신 복권’에 대학 장학금까지 경품으로 내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10대의 백신 예약이 두 배로 높아진 사례를 보면 ‘당근책’이 보다 효과적으로 보인다. 독일이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1차와 2차 간 접종 간격을 4주(화이자는 6주)로 줄였더니 휴가철 여행허가(접종 완료 때 가능)를 받기 위해 젊은 층이 AZ백신에 몰렸다는 얘기도 그렇다.
백신 부작용 우려로 ‘접종받겠다’는 국민이 61%까지 떨어졌던 한국에서 최근 사흘 새 136만 명이 접종한 것도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백신을 맞은 미국 프로골프 대회장 갤러리나 아이스하키 관객이 마스크를 벗고 환호하는 장면이 부러움을 일으킨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으면 7월(상반기 1300만 명 접종 완료 시)부터 야외활동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큰 문제 없으니 백신을 맞으라’고 강권하기보다는 훨씬 나은 접근법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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