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냥 경수진이다.
2012년 KBS 2TV '적도의 남자' 이보영의 아역으로 데뷔했던 경수진은 2013년 KBS 2TV '상어'에서 손예진의 아역으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 손예진을 꼭 빼닮은 이목구비와 청순가련한 분위기, 사연이 담긴 눈빛으로 단숨에 주목받았고 그해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경수진이었다. 특히 경수진은 지난 19일 종영한 tvN '마우스'를 통해 또다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마우스'는 매 순간 반전의 연속이었다.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상이 1%라 불리는 악랄한 프레데터, 이들에 대항해 맞서는 사람들의 처절한 고군분투기에서 경수진이 연기한 최홍주는 든든한 조력자였다가, 의심을 샀다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최홍주는 스타 시사교양 PD이자 '셜록홍주'의 진행자였다. 발로 뛰며 사건 현장을 누볐고, 그만큼 생생하게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걸 업으로 삼았다. 처음엔 형사 고무치(이희준)와 공조하는 듯했던 최홍주는 극 후반까지 프레데터처럼 그려졌던 성요한(권화운)과 연인 관계이며 아이까지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여기에 홍주 역시 살인사건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방송 말미에 공개되면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우스' 출연 배우 중에 가장 늦게 합류를 했어요. 미팅은 오래 전에 했는데, 답변을 촬영 한 달 전에 받았어요.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최대한 홍주의 얘길 듣고 싶었어요. 제가 받았던 4부까지 대본에서는 홍주는 밝고 에너지가 넘쳤는데, 다른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경수진이 최홍주를 연기하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트라우마였다. 최홍주의 선택과 행동의 이유를 스스로 설득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했던 것.
외적인 부분도 변화를 줬다. 그동안 고수했던 긴 생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처음 도전하는 시사 교양 PD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상중 선배님의 제스처나 말투를 많이 참고했다"고.
"저는 사실 프레데터 정체가 정바름(이승기)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홍주의 감정선에 대한 큰 그림을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어요. 최대한 담담하게 가다가 마지막에 폭발한 것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논의한 결과였죠."
최홍주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반전이 매회 몰아치면서 '마우스'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이끌었다. 경수진 역시 "'마우스'는 톱니바퀴처럼 큰 사건을 중심으로 모든 사건들이 맞물려 쉴 새 없이 돌아간다"며 "그런 부분에 시청자들이 열광해주신 거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에 "끈끈했던 현장 분위기"를 꼽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승기에 대해서는 "정바름 분량이 엄청난데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현장을 챙긴다"며 칭찬했고, 이희준에게는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재밌게 보면서 그때부터 느낀 건데 에너지가 남다르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마우스'에 앞서 JTBC '허쉬'에서 부당한 현실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턴기자를 연기했고, OCN '트레인'에서는 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검사를 연기했다. 장르물에 연이어 출연한 탓에 "특정 장르만 편애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지만, 경수진은 "어쩌다 보니 이런 것"이라며 특유의 반달 웃음을 보였다.
"작품을 결정할 땐 전체적인 스토리를 많이 봐요. 대본이나 시나리오가 잘 넘어가면 재밌는 작품이라는 거니까. 그 후에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봐요. 요즘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작품을 연이어서 하다보니 집에 혼자 있을 땐 말랑말랑한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봤어요. 요즘은 그렇게 로맨스를 하고 싶더라고요. 상대요? 누구든 싫을까요. 하하하."
'마우스' 뿐 아니라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는 '열정' 인간 경수진의 모습은 MBC '나 혼자 산다'에서도 드러났다. 캠핑카를 꾸미고, 막걸리를 혼자 담는 경수진의 열정 넘치는 나 홀로 라이프에 시청자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최근 이사를 했어요. 새로 이사간 집도 '나 혼자 산다'에서 불러주시면 공개할 수 있죠.(웃음) 그동안 예능 공포증이 있었어요. 제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었는데, ('나 혼자 산다'에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라 시청자들도 편안하게 봐 주시는 거 같아요."
'취미 부자'인 경수진이 최근 빠진 건 테니스라고. "작품이 없을 땐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드는 게 일상"이라는 경수진은 10년 동안 연기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하며 "섹시한 아줌마"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외적으로 섹시한 게 아니라 내면까지 섹시한 사람이요. 최근에 영화 '분노의 질주'를 봤는데,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배우는 여자가 봐도 멋있더라고요. 나이를 먹어도 뭔가 매혹적인 게 있었어요. '아, 나도 저렇게 나이를 먹고 싶다' 싶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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